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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제2차 범국민추모대회 / 2.1 야4당ㆍ시민사회단체 규탄대회 평가:
촛불 시즌 2가 시작되다

1월 31일 ‘이명박정권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주최한 제2차 용산 참사 범국민대회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들은 설 연휴 동안 김석기 즉각 사퇴설조차 번복하고 전철연을 마녀사냥하면서 용산 참사가 낳은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혈안이 돼 있었다.

경찰은 31일 집회를 불허하고 청계광장을 전경버스와 중무장한 전경들로 가득 채웠다. 집회가 이뤄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탄압을 뚫고 무려 5천여 명이 청계광장에 모였고,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거리 행진까지 했다.

이 집회는 용산 참사에 대한 분노와 반이명박 정서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또, 혹독한 국가 탄압에도 수천 명이 집회에 참가해 도심 행진까지 했다는 사실은 촛불 시즌 2가 시작됐음을 보여 준다.

고(故) 이성수씨의 딸은 “보통 장례는 3일 치르는데 우리는 벌써 열흘째 치르고 있다. 시신은 아직도 차가운 냉동고에 있다. 이명박은 법치주의를 들먹이지만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보냈다. 아버지 손잡고 한마디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절규했다.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연설이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살인진압만으로도 책임질 사람이 분명한데, 도대체 무엇을 더 밝혀서 누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냐. 정부는 집회 원천봉쇄로 사람들의 가슴에 더 못질하고 있다. 정권을 날려야 할 일을 저질렀다”며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작년 촛불시위 때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냐고 묻더니, 지금은 철거민들이 돈 모아 누구에게 줬는지 계좌추적하고 있다. 작년 5월과 지금, 뭐가 달라졌나?”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진영옥 수석부위원장도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에게 책임전가를 하고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늘리려는 이명박 정권, 세입자 철거민 괴롭히는 정권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집회 연사들은 대체로 이명박 사과와 김석기 처벌, 그리고 재개발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을 주되게 요구했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은 ‘이명박 사과’ 이상을 원하는 듯했다. ‘살인정권 명박퇴진’이 가장 인기있는 구호였다.

지난해 6월부터 촛불집회에 참가해 왔다는 한 촛불 까페 회원은 “법 개정 등으로는 원인이 계속 살아 있어서 안 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없애야 한다. 무능력하고 부도덕하고 뻔뻔한 이명박이 퇴진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전철연을 마녀사냥하고, 대책위의 집회를 불허하는 등 31일 집회에 대한 탄압이 심한 상황에서 참여연대 등이 이튿날 있은 야4당과의 연합 집회에 집중한 것은 운동의 분열 위험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대책위는 2월 7일에 있을 3차 범국민대회도 정부의 탄압에 위축되지 않고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라며 더 많이 모여 줄 것을 호소했다.

한편, 2월 1일 집회에는 6천여 명이 참가해 용산 참사 책임자 처벌과 MB악법 반대를 요구했다.

2월 1일 집회의 주최단체들이 31일 집회에 힘을 집중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임시 국회를 앞두고 MB악법 저지를 위한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이날 첫 발언은 용산 참사 유가족의 발언이었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참사가 일어난 것이 분명한데, 사과는 물론이고 유족들의 동의 없이 부검까지 했다. 왜 돌아가신 분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며 욕 보이나”고 절규했다.

민주당에게도 “야당이 여당일 때도 우리한테 뭘 해줬나. 이런 일이 생기고 나서야 법을 만든다고 한다. 조금만 귀를 기울여 줬다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쓴소리를 했다. 뉴타운 재개발은 민주당 의원들의 총선 공약이기도 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유가족의 쓴소리에 “뜨끔했다”며 뉴타운 문제에서 부족한 것을 반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명박은 후안무치하다. MB악법 저지를 위해 싸워 나가자”고 했다.

지난 MB악법 저지 과정에서 일관되게 싸운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돈만 보이지 사람은 보이지 않는 정권”을 규탄하며 “이제 국민들이 나서야 할 때다. 이명박을 용서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강기갑 의원의 발언은 이 날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도 “뉴타운 사업 한 구역에서 얻는 기업 이익이 1조 4천억이나 된다. 왜 재벌들의 탐욕 때문에 죽임을 당해야 하나. 이 비통한 죽음을 절대 잊지 말자”고 호소했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방송장악법 저지와 용산 참사가 서로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

범국민대회와 추모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풍등을 날리며 죽은 철거민들의 영혼을 달랬다.

이 날도 경찰이 행진을 방해했지만 을지로까지 행진했다. 경찰에 가로막힌 참가자들은 명동성당에서 정리집회를 하며 2월 7일에 있을 3차 범국민대회를 기약했다.

대책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일부 단체들이, 비록 민주당 같은 의심스러운 세력이 포함돼 있기 했지만, 2월 1일 집회에 의식적으로 개입해 2월 7일 참가 호소와 대책위의 요구를 선전·선동하기를 꺼린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