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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를 넘어선 사회운동의 대안’ 토론회 소식:
사회운동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싸울 것인가

지난 1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는 보건의료단체연합 주최로 “경제위기를 넘어선 사회운동의 대안”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는 3일 동안 진행된 ‘보건의료진보포럼’의 마지막 자리였다. 이날 토론자들은 모두 사회운동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는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김하영 ‘다함께’ 운영위원,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등이었다. 주제가 사회운동의 대안이니 만큼 대중운동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자주계열도 패널로 초대했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

첫 발제자 김세균 교수는 현재의 경제위기는 “세계적 수준의 과잉생산 위기”이며 “30년대 대공황을 넘어설 것”이라 주장했다. 또 “세계 자본주의는 존폐의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준)파시즘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따라서 ‘변혁이냐 야만이냐’가 향후 정세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세균 교수는 대안으로 사회화를 제시했지만, 이는 좌파 케인즈주의적 요구를 넘어서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주의적 변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성취하기 위한 대중투쟁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하영 운영위원은 현 위기의 원인이 60년대 말부터 악화된 자본주의의 수익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각국 정부는 개입 강화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역사적으로도 케인즈주의는 해결책이 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1930년대 대공황의 위기도 제2차세계대전으로 해결했다는 것이다.

김하영 운영위원은 지배자들의 경제위기 책임전가에 맞서 대중의 삶을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 국유화를 통한 일자리 보장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경제위기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염증 때문에 ‘제2의 촛불’은 지난 촛불보다 폭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적 대안 제시와 운동의 단결, 노동자 투쟁 지지, 민주적 구조 등이 사회운동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운동은 자본가 계급의 정당인 민주당과는 상시적 동맹을 맺어선 안 되며 “도로 민주당”이 아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태인 교수는 현재 “산업순환 상의 위기, 지배 이데올로기의 위기, 미국 패권의 위기”가 결합된 “3중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역시 실물에서 이미 위기가 발생했음을 지적했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루스벨트가 집권해서 공산당이 몰락한 미국”과 “공산당이 약해 파시즘이 도래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위기를 극복하려면 “이명박과 정확히 반대로 하면 된다”며 기업 부실 해결을 위한 공적자금 50조 원 마련, 부자 감세 철회로 서민에게 복지 제공, 아시아 금융 협력 등을 제시했다.

하승창 운영위원장은 “이명박은 신자유주의 파산을 보면서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사회적 갈등을 높일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시민운동은 “정치적 중립성” 때문에 한계가 많았고, 낮은 투표율과 무당파 증가 등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중립’은 별로 유효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시민운동이 정당을 만들 능력은 없지만 “새로운 정치세력을 위한 토대는 만들 수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가 그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발제에 이어 몇 가지 논점을 가지고 토론이 벌어졌다.

정태인 교수는 쌍용차 국유화 문제에 대해 “쌍용 기술 수준으로는 국유화해도 회생이 안된다”며 “국유화는 좋지 않은 방식”이라 주장했다. 하승창 운영위원장도 “국가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효용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소유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 했다.

반면, 김하영 운영위원은 “쌍용차를 효율적으로 살릴 수 있느냐가 핵심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장이 핵심”이라며 국유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세균 교수는 국유화는 “사회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물적 토대가 될 것”이지만 “진보 정권이어야 국유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중 자유 토론에 나선 최일붕 ‘다함께’ 운영위원은 “국가 성격을 전제로 국유화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노동계급의 운동 관점에서 국유화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청중도 자유 발언을 통해 “경제위기의 대안은 구체적 투쟁의 요구여야 한다”며 “노동자들로 하여금 국가에 책임을 묻고 국가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국유화 요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운동의 대안들을 성취할 동력에 대해서도 토론이 이뤄졌다. 김하영 운영위원과 김세균 교수는 대중투쟁을 강조한 반면, 하승창 운영위원장은 “대중투쟁을 동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람과 사람의 네트워크가 동력이라 주장했다. 정태인 교수도 “대중을 믿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용산대책위에서 시민단체들이 한 발 뺀 것 같다”는 질문에 하승창 운영위원장은 “대책위 초기 이틀간 회의에 참여한 결과 함께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하영 운영위원은 운동 분열의 위험을 우려하며, 좌파들이 주도하고 이명박 퇴진을 내걸고 있는 대책위에 동참을 꺼리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태도를 비판했다. “안에서 함께 활동하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전술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최일붕 운영위원은 독일의 파시즘은 “사회민주당과 공산당이 서로 단결을 거부해서 자멸한 결과”이고 스페인과 프랑스 공산당은 민중전선이라는 계급연합 정책으로 파시즘에 진정으로 대항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갉아먹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공산당의 경우도 “로즈벨트를 지지해서 몰락을 자초”한 것이라 지적했다.

정태인 교수는 “30년대 좌파가 전략·전술을 잘 세웠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 같진 않다”고 답했다. 김하영 운영위원은 “전략·전술이 매우 중요하다”며 “독일에서 사회민주당과 공산당의 공동전선이 성공했다면 파시즘을 패퇴시킬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민생민주국민회의, 시민단체 등 모든 사회운동이 상시적 공동전선을 구성해 이명박에 맞선 진보적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위기의 원인과 이에 대응하는 사회운동의 대안을 토론한 이 자리는 몇몇 흥미로운 논점들을 제시했다. 사회운동은 이런 대안과 전술을 둘러싸고 협력적으로 토론을 하면서도 이명박에 맞선 공동의 투쟁을 건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