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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모순투성이 노무현

노무현은 2월 19일 북한 핵 ‘문제’를 두고 “[미국과] 다를 것은 달라야 한다.” 하고 옳게 말했다. 북한 전투기와 미 정찰기 접근 사건이 벌어지자 정당하게도 노무현은 미국에게 “너무 지나치게 나가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노무현은 지난해 말에 “촛불 시위를 자제하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차관 제임스 켈리에게는 “반미는 극히 적은 사람들의 목소리”라며 비위를 맞췄다. 심지어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는 부시가 “잘 생겼고 매력적이며 친근한” “쿨 가이”[멋진 사람]라고 아첨을 떨었다.

지난번 민주노총을 방문했을 때도 노무현은 “신자유주의적 요구는 시대의 대세[이므로]…수용”하라고 했고, “[현재] 사회적 힘의 균형에서 경제계가 세지만 향후…힘의 불균형을 시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취임사에서도 노무현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말하는 한편, “소득 격차를 좁히”겠다고 했다. 이처럼, 노무현은 같은 자리에서도 앞뒤가 안 맞는 얘기를 할 뿐 아니라 심지어 “친미적 자주”처럼 한 문구 안에서도 서로 모순인 말을 한다.

‘개혁’을 말하면서 낡은 보수 정치의 총아인 고건을 임명한 것도, 장관직에는 ‘개혁’을 차관직에는 ‘안정’을 내거는 것도 모순이다.

오락가락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은 미국 대외 정책의 종속 변수이지, 그 역은 아니다.

물론 지금은 부시 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 강경하게 압박하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은 충돌을 빚고 있다.

그러나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한국 자본주의의 의존 때문에 결국 한국 지배 계급은 미국 지배 계급의 뜻을 거스르기 힘들다. 이미 한국 정부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원했고,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라는 말이 나오는데도 이라크 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노무현은 2월 20일 미국 헤리티지 재단 세미나에서 “한국전쟁 당시 피로써 나라를 지켜 준 미국에 감사한다.”, “[한미 동맹이] 경제 재건에도 큰 도움을 줬다.” 하고 말했다. 노무현은 “나는 아내에게 불만이 있더라도 아내를 사랑한다”는 말로 미국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집약했다.

최근 한국군과 미군은 수십만 병력이 참가하는 ‘한미 연례 연합 전시 증원(RSOI) 연습’과 ‘독수리 연습’을 실시하고 있다. 북한 정부는 이것이 “대규모적인 북침 전쟁 연습”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부시의 강경 정책과 자신의 유화 정책 사이의 모순, 또 평화를 바라는 대중의 정서와 미국의 뜻을 거스르기 힘든 자신의 처지 때문에 노무현은 계속 오락가락을 반복할 것이다.

재벌 개혁도 마찬가지다. 노무현은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를 개혁하고 효율성을 높이려 한다.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종인은 “[재벌 개혁은] 나라 경제를 위해 재벌의 비효율적인 면을 제거하자는 것 … 정부가 개입해서라도 [비효율을] 털어 내야 한다.” 하고 말했다.

기업의 회계 투명성과 주식 투자자들의 수익을 높이는 ‘재벌 개혁’은 한국에 투자한 외국 자본가들의 요구이기도 하다. 미국 〈비즈니스 위크〉는 노무현의 주된 과제로 재벌 개혁을 꼽았다. 그러나 재벌 구조 개혁은 기존 축적 방식과 구조를 고수하려는 사적 자본가들의 반발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올 초 전경련 상무의 “사회주의” 발언 파문은 이것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갈등은 정치권에 반영된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국내 기업들의 투자나 개인들의 재산이 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들먹이며 정부를 압박했다. 민주당 구 주류도 “개혁 독재”를 말하며 거들었다. 인수위 부위원장 시절 김진표는 재벌 개혁에 제동을 걸려 했다. 그런데 이 자는 최근 재경부 장관에 임명됐다.

한 배를 탄

노무현은 “진보 성향의 지지층과 재계 양쪽을 다 만족시켜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어 “때로는 재벌 개혁을 강하게 외치다가도 때로는 재계를 껴안는 ‘채찍과 당근’ 정책을 병용할 것”이다.

앞으로 노무현은 때로는 우파와 타협하고, 때로는 대중의 개혁 열망에 힘입어 ‘사정’이란 이름으로 정적을 공격하는 좌충우돌을 거듭할 것이다. 최근 검찰 인사를 둘러싼 갈등은 ‘칼자루’를 장악하려는 노무현의 시도와 이에 대한 보수파의 저항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 노무현의 신자유주의 시장 개혁의 핵심에는 노동 계급에 대한 공격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은 전투적으로 투쟁하며 발전해 온 민주 노조 운동과 지금으로선 정면 대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국민 통합’을 모토로 내건 노무현은 산별 교섭 수용 등을 미끼로 내밀며 민주노총을 다시 노사정위로 끌어들이려 한다.

나아가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민경제자문회의(NEC)에 양대 노총 대표를 참석시켜 합의 속에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모양새를 취하려 한다. 그러나 노동자 운동이 구조조정의 고통을 묵묵히 받아들일 것을 거부하면 김대중이 그랬듯 다시 탄압으로 기울 것이다. 이미 취임식 날 정부는 호남에서 공무원 노조 활동가 네 명을 연행해 두 명을 구속해 버렸다.

노무현은 올해 초 주한 미국·유럽연합 상공회의소 초청 강연회에서 “여러분과 저는 이제 한 식구”라며 “우리는 한국호라는 한 배에 탔으며 선장인 나는 고객을 편안히 모시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 하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주한미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인 제프리 존스는 “속이 다 시원하다”며 기뻐했다. 노무현은 한미연합사를 ‘격려’ 방문해서는 방명록에 “우리는 친구”라고 썼다.

노무현은 자본가들로부터 정치 자금을 받았다. 최근 민주당 이상수가 노무현이 100대 기업에게서 대선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것과 SK 수사에 압력을 넣었다는 것을 고백했다. 노무현은, 삼성 재벌의 최고경영자 출신이며 ‘이중 국적과 병역 비리’라는 한국 지배자들의 관행에 충실한 진대제를 정통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노무현과 개혁파는 보수파와 한 배를 탄 한 식구이다.

이 같은 이해관계의 연쇄 구조를 우리가 망각한 채 우리가 노무현을 믿음으로써 연쇄 구조의 부속물이 되면 그것은 운동에 장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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