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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오바마가 직면한 진정한 변화

버락 오바마 정부의 국제적 행보가 바뀌기 시작했다. 1월 말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과는 거리를 두었지만, 2월 초 뮌헨에서 열린 나토 안보 회의에는 부통령 조 바이든 등 비중 있는 인사들이 포함된 대표단을 파견한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오바마 정부가 추진할 변화를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간다.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이 “스마트 파워”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국가의 경제적·군사적 능력을 뜻하는 “하드 파워”와 더 광범한 문화적 영향력 ─ 예컨대, 할리우드가 행사하는 ─ 을 뜻하는 “소프트 파워”를 구분한 친민주당 지식인 조셉 나이에게서 영향을 받은 말이다. 스마트 파워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결합한 것을 말한다.

그러나 미국이 직면한 심각한 문제는 조지 부시가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많이 써 버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제·금융 위기 때문에 미국의 국제적 지위를 받쳐주는 데 필요한 자원들도 바닥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충격적인 것은, 미국의 안보·정보업체 ‘스트랫포(Statfor)’의 조지 프리드먼이 말했듯이 “외교 정책에서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 사이 연속성”이다. 그러나 이것은 9.11 사건 이후 군사력을 사용해 중동에 미국식 자유주의 자본주의를 확산시키려 했던 부시 일당들과의 연속성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가 경질되고 특히 군사·정보 분야 관계자들이 사실상 이란 공격을 막아선 임기 후반 2년의 한풀 꺾인 부시 정부와의 연속성에 가깝다.

그렇다고 변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는 관타나모 포로수용소를 폐쇄하라는 명령을 신속하게 내렸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상징적인 조처이지만 군사작전상 변화는 거의 없는 행동이었다. 동시에 오바마 정부는 관타나모 수감자들의 고문 기록 공개를 여전히 가로막고 있다.

전환

뮌헨 안보 회의에서 조 바이든은 이란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재천명했다. 그러나 이 전환은 이미 2006년 12월, 공화당 핵심 인사인 제임스 베이커 주도의 이라크스터디그룹(ISG)이 권고한 것이다.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것은 ‘테러와의 전쟁’의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테러와의 전쟁’이다. 그래서 이라크 주둔 미군의 증파를 추진한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는 이제 아프가니스탄에 또 다른 증파를 준비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대통령 특사 중 한 명인 리차드 홀브룩은 지난주 파키스탄을 방문해 탈레반에 군사적 압박을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파키스탄 대통령 자르다리는 탈레반이 “광범한 영토”에서 활동중임을 인정했다. 파키스탄 영토에 대한 미군의 폭격은 오바마 정부 하에서도 계속돼 왔다.

바이든이 진정한 전환을 언급할 것이라 예상된 부분은 러시아와의 관계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고 우리가 러시아와 함께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할 시기다.”

그러나 바이든은 예상과 달리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재고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중부·동부 유럽에 배치된 MD가 직접적인 전략적 위협이라며 비난해 왔다.

바이든의 침묵은 아마도 〈뉴욕타임스〉가 논평했듯, “과거 냉전 시대 경쟁자였던 두 열강이 벌이는 복잡한 체스 게임에서 선택된 협상 전략 중 하나”일 것이다.

뮌헨 안보 회의가 열리기 전에 러시아는 [그루지야 인근의] 압하지야에 주요 군사기지를 건설할 것이라 발표했다. 더 중요한 사건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 아마도 러시아의 압력 아래 ─ 더는 미국이 자국의 마나스 공군기지를 사용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 발표한 일이다.

아프가니스탄을 향한 나토의 보급로는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파키스탄 지역을 거쳐야 하고 이것은 카이바르 고개에서 탈레반의 공격에 노출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밖에 중앙아시아를 거치는 다른 통로들은 러시아의 실질적 통제 아래 있다.

그리고 여기에 진정한 변화가 있다. 오바마가 마주한 러시아의 지도자들은 그들 스스로 ‘미국의 쇠퇴’라 묘사하는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 오바마가 부시에게 이어받은 진정한 유산은 아마도 열강의 경쟁이 이전보다 뚜렷해진 세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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