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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과 타협한 파키스탄 정부

파키스탄이 앞으로도 열심히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할까?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을 지지하는 파키스탄인들과 파키스탄 정부 사이 ‘평화 협정’이 발표되자 미국은 이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파키스탄 군대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에서 ‘파키스탄 탈레반’ ― 나토와 파키스탄 군대에 맞서 싸우는 저항군 ― 을 상대로 유혈낭자한 전투를 벌여 왔다. 저항군을 박멸하겠다는 헛된 일념 하에 2007년 이래 12만 명이 넘는 병사들이 마을을 습격했다.

그러나 이 공격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민간인들이다. 수천 명이 살해당했고, 최대 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엠네스티인터내셔널)

군사작전이 계속 이어지자 스와트 계곡 주민들 사이에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2월 초에는 수십만 명이 20킬로미터를 늘어서 반정부·친탈레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난민으로 만들었지만 파키스탄 군대는 저항군을 상대로 승리할 능력이 없다. 파키스탄 정부가 이슬람주의 지도자 수피 무함마드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한편에서 싸웠음에도 ‘중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 와 대화에 나선 것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수피 무함마드가 강경 이슬람 세력들이 전투를 중단하도록 설득한 대가로 파키스탄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에 일종의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적용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이 협상이 미국을 당혹스럽게 한 것은, 정확히 같은 시기에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아프가니스탄 지역에 병력 수천 명을 증파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의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특사 리차드 홀브룩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스와트 지역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곤혹스럽고 또 혼란스럽다. … 이것은 고무할 만한 흐름이 아니다. 스와트를 점령한 이들은 악당이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파키스탄 탈레반의 사기를 높이는 협상은 아프가니스탄 남부의 ‘안정화’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그 밖에 다른 문제들도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탈레반이 파키스탄을 접수할 가능성을 내세워 군사작전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고 해 왔다. 파키스탄 정부 장관들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고, 이슬람주의자들을 막지 않으면 그들이 곧 카라치나 이슬라마바드 같은 도시들로 진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많은 자유주의자, 심지어 일부 좌파들까지 이런 논리를 받아들여 정부의 폭격을 지지했다. 정부와 함께 극단주의에 맞서 왔다고 믿은 이들은 정부가 스와트 지역에 샤리아를 허용하자 엄청난 혼란과 환멸을 맛봤다.

샤리아를 합법화한 것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과거에 파키스탄 정부들은 비슷한 타협을 해 왔다. 이론상 파키스탄 정부는 샤리아 판사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면서도 샤리아가 파키스탄의 공식 법 체계를 대체하지는 못하게 했다.

최근 파키스탄 법 체제의 비효율성에 대한 분노 때문에 샤리아가 적용될 지역에서는 그것에 대한 지지가 꽤 광범하다. 그러나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조처는 단지 첫걸음일 뿐이고 기세가 오른 이슬람주의 운동이 곧 더 많은 것을 요구할까 봐 두려워 한다.

파키스탄 정부는 수피 무함마드와의 타협으로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을 길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것은 판돈이 엄청나게 큰 도박이다.

이슬람주의 단체들은 지금껏 물가 폭등, 실업, 경제 파탄에 대한 중간계급 일부와 농촌 빈민들의 불만과 끔찍한 군사작전에 대한 대중의 들끓는 분노를 대변해 왔다.

그러나 소자본가·상인인 이슬람주의 지도자들은 빈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경제 위기에 해결책이 없다.

스와트 지역에서 여러 이슬람주의 단체들 간 권력 분점도, 파키스탄의 기성 체제를 움직이는 소수의 부자들도 수많은 노동자·농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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