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인터뷰:
“언론 악법 철회ㆍ폐기 원칙 고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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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CBS·YTN·EBS·아리랑국제방송 노조, KBS PD협회의 파업과 2만여 명이 참가한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도심 시위로 이명박 정부의 2월 MB악법 통과 시도는 또다시 실패했다. “잃어버린 석달”이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국회에서 MB악법을 막아내겠다던 민주당은 전선을 이탈해 한나라당에 투항했다. 민주당이 석달 뒤 MB악법이 통과될 명분만 준 것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두 차례나 MB악법 저지 투쟁을 승리로 이끈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을 3월 6일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선과 총선에서 진보진영을 압도적으로 누르며 당선한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체념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다행히 촛불 시민의 저항이 있었고 노동운동 진영과 진보진영이 시민들의 헌신적이고 자발적인 집회 시위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연말에 MB악법들을 한꺼번에 들고 나오면서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고 [연말 악법 저지 투쟁 승리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틀을 갖추게 됐습니다. 저희는 그때 희망과 용기와 자신감, 이 세 가지 단어를 많이 얘기했습니다. 연초에도 용산 살인 사건 등 정부가 저지른 실책과 맞물려서 결국 2월 국회에서도 일단은 MB악법을 저지하는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파업 당시 한나라당이 언론 악법을 통과시키면 야당 의원들은 모두 의원직을 사퇴하고 국민과 함께 투쟁에 나서라고 요구한 최상재 위원장은 ‘1백일 뒤 표결 처리’에 합의한 민주당에도 일침을 놨다.
“민주당에 얘기하고 싶은 것은 ‘80여 석의 야당의 힘으로 1년 2개월 가까이 MB악법을 저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민주당의 힘이 아니라 결국 국민들의 목소리와 촛불 시민들의 힘이었다. 마지막 판단의 순간에 그 사실을 잊어버린 것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희망과 용기와 자신감
사회적 논의기구에 대한 불참 의사도 분명히 했다.
“애초에 우리가 요구한 것은 사회적 합의기구였습니다. 실제로 사회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 법적 구속력을 가진 기구를 원한 것이죠.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는 권한도 명시하지 않고 위상도 단지 의견을 참고할 뿐이고 그것도 1백 일이라는 아주 짧은 시한 내에 정하자는 겁니다.
“사실 1백 일 동안에는 아무런 결론도 내릴 수 없을 것입니다. 양자의 주장만 되풀이하다가 성과없이 끝날 공산이 대단히 큽니다. 그리고 시한이 지나면 표결 처리를 할 텐데 이는 정부 여당의 언론 장악을 위한 법개정에 면죄부를 주는 구실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할 바에야 언론 악법 철회·폐기라는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게 저희 입장입니다.”
최상재 위원장은 MB악법을 완전히 폐기시키진 못했지만 비관에 빠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좌절하거나 실망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어차피 소수 야당 의원들의 힘으로 무너져가는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국민들의 힘,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시적으로 후퇴하거나 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반드시 정권의 부당한 압박에는 이길 것입니다. 적어도 해방 후 이 땅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그런 교훈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인터뷰 직후 YTN 촛불문화제에 참가하러 일어선 최상재 위원장은 창간을 앞둔 본지에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렇게 힘든 시기에 신문 하나 지키는 게 정말 큰 기여를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