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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 복직으로 파키스탄의 위기 심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정부는 대중 시위에 밀려 전임 군사독재 대통령 페르베즈 무샤라프가 해임한 판사들을 복직시켜야 했다.

반정부 세력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으로 파키스탄이 만신창이가 된 중요한 순간에 승리했다.

대법원장 이프티카르 초드리는 CIA가 수배한 파키스탄인들의 ‘실종’에 파키스탄 정보 당국이 개입돼 있다는 사실을 조사했고, 무샤라프는 그를 해임했다. 초드리는 파키스탄 엘리트들의 부패를 조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해임으로 변호사들이 주도한 대중 반란이 발생했고, 결국 무샤라프는 2008년 대통령에서 물러났다.

자르다리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발을 빼고 판사들을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하며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자 초드리의 조사가 미국과 파키스탄 정부의 관계뿐 아니라 파키스탄 정부의 부패도 폭로할까 두려워 초드리를 복직시키지 않았다.

최근 자르다리가 입장을 바꾼 것은 반정부 세력이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대장정’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파키스탄 북부로 확대하는 전략을 지속하자 대중의 반감이 커졌다. 미국은 주기적으로 무인폭격기를 띄워 파키스탄 마을을 폭격했다. 가장 최근의 폭격으로 5명이 사망했다.

오바마는 파키스탄 군대가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에서 저항 세력들을 분쇄하길 바란다. 그러나 파키스탄 군대는 이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르다리는 저항 세력과의 휴전을 택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있는 미국의 요구, 미군 점령에 대항하는 파키스탄 북부의 반란, 정부의 부패를 끝장내려는 대중 운동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다.

또 파키스탄의 경제 위기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파키스탄 정부가 갈수록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도록 54억 파운드(약 10조 7천억 원)를 빌려줬다.

IMF의 대출 조건에는 온건한 빈곤 퇴치 조처마저 축소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인구의 35퍼센트인 6천4백만 명 이상이 빈곤상태다. 이것은 2005년의 3천5백50만 명에서 급증한 것이다.

변호사들의 운동이 거둔 승리는 자르다리뿐 아니라 파키스탄 정부가 저항 세력을 분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미국에도 타격을 입혔다.

번역 조명훈 기자 jomh@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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