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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쫓아내자?

이명박 정부는 지난 3월 19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내년 2월까지 외국인 노동자 3만 4천 명을 들어오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3분의 2나 줄어든 것이다. 더불어 미등록 이주노동자 2만 9천 명을 강제 추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사탕 발린 말’을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 전체 경제활동인구 2천3백66만 명 중 이주노동자는 9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주노동자 유입을 막는다고 해 봐야 전체 실업률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이주노동자들의 일터가 내국인 노동자들이 취업을 기피하는 3D업종에 집중돼 있어서 일자리 잠식 효과는 더더욱 미미하다.

게다가 이주노동자는 취업자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들의 경제 행위는 다른 곳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이주노동자 비율이 크게 높은 미국이나 호주 같은 나라에서 진행된 연구를 봐도 이주노동자 유입과 실업 사이에는 직접적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거듭거듭 드러난다.(《국제이주》, 109~112쪽, 피터 스토커)

근본적으로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간 경쟁 구도를 만들고, 거기서 이득을 취하는 자들이 누구인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속에 어떤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인가? 정부와 기업주들은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를 최대한 열악하게 유지하면서 그들을 착취하고, 또 이들의 존재를 구실로 내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공격한다.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 들의 ‘바닥을 향한 경쟁’은 저들만 이롭게 할 뿐이다.

정부가 이주노동자 유입을 통제하는 것은 실업자들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들이 진정 노리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효과다. 즉, 치솟는 실업률이 마치 이주노동자들 탓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것이다.

“일자리 보호”를 위한 최고의 방법은 정부와 기업주들의 공격에 맞서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단결해 싸우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여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동시에 향상시켰고 최근 이주노동자 해고도 막아낸 삼우정밀노조의 사례는 우리가 나아갈 바를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