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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성 금융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연구부장 기고:
금산 분리 완화, 왜 반대해야 하나

금산분리는 1981년부터 시중은행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1982년에 도입됐으므로 그 취지 자체가 사기업의 금융기관 소유를 막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1990년대 중반 보험·증권회사 같은 비은행 금융기업을 산업자본이 소유·경영하는 것이 모두 허용됐고, 은행을 보유할 만한 산업자본이란 삼성·현대 같은 재벌일 것이므로 금산분리 완화는 “재벌의 은행 보유 허용 정책”이라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금산분리 완화 법안은 어떻게 재벌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려는 것일까.

하나는 은행법을 개정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4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 늘리고, 사모펀드가 은행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한도를 무제한으로 풀겠다는 것이다. 은행을 소유하려는 사모펀드에 산업자본 지분이 20퍼센트까지 허용된다.

예를 들어, 삼성은 최소 20조 원 대의 보유 현금을 동원해 사모펀드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다. 최근 국민은행의 시가 총액이 10조 원에 못 미치니, 은행 소유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미 삼성생명은 대구은행의 지분 7.3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 등의 문제로 은행을 직접 인수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나온 안전판이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다. 비은행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 자회사(산업자본)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현행 법상으로는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이미 자본시장통합법이 통과돼 재벌 증권사들은 지급결제권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사를 통한 금융지주회사 설립으로 은행 소유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재벌들이 은행을 소유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06년에 우리은행이 삼성그룹의 비자금을 숨겨 주려고 대량의 차명계좌를 관리해 준 사건이 있었다. 당시 우리은행 행장은 삼성증권 사장 출신인 황영기였다.

이 정도 인적 연결망으로도 대규모 비자금 은닉과 불법 계좌 개설, 계열사 지배가 가능한데, 재벌이 직접 은행을 소유한다면 수천만 명의 예금이 재벌 사금고처럼 운영될 것이 뻔하다. 지금도 재벌 보험사들은 고객의 보험금을 계열사 지분 확보에 쓰고 있다.

재벌 은행의 예금은 부실 계열사 지원으로 빠져나가고, 분식회계도 더 쉬워지며, 대출 금리는 올라갈 것이다. 은행의 기본 기능이 왜곡된다.

특히, 경제 공황기에 거대한 금산복합체는 특정 기업의 부실을 경제 전체로 확산시킬 위험성을 키운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서민은 금융 혜택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되고 구조조정의 속죄양이 될 공산이 크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비판에 대해 선진국들이 금산분리 사전규제를 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진실은 정부가 밝히지 않은 곳에 있다. 이들 나라에선 사후 규제가 사전 규제 수준이다.

산업자본이 금융기업을 소유하면 그 해당 기업 전체가 금융기관 수준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미국·영국은 주요 5대 은행에 1퍼센트 이상 지분을 소유한 산업자본이 전무하다. 독일의 경우에도, 5대 은행 중 한 개 은행에 3.72퍼센트 보유한 사례가 유일하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사모펀드가 은행을 소유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처럼 금산분리 완화는 공공의 이익을 희생시켜 자본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야욕에 불과하다.

따라서 평범한 사람들이 재벌의 은행 소유에 반대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옳은 일이다. 은행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기관으로 전환해 운영할 것을 요구하는 게 필요한 이유다. 은행 국유화는 그 출발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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