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에게 면죄부를 준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꼬리 자르기 식 조사 발표 뒤 신영철도 버티기에 들어가며 더러운 사법 추문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조사단은 신영철이 ‘재판에 관여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촛불판결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궤변을 늘어놓았고, 신영철의 행각을 알고 질책까지 했다는 대법원장 이용훈이 왜 굳이 신영철을 대법관으로 추천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삼성 특검 사건을 변칙 재판으로 처리해 진정한 ‘사법 추문의 주인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용훈은 ‘가재는 게 편’이듯 재판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위반한 범죄자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 신영철을 곧장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게 되면 한나라당 등 우파와 사법부 상층 관료들로부터 반발이 있을까 봐 우려한 듯하다.
잠시 시간을 번 이용훈과 대법원은 오히려 이번 기회에 판사들을 더한층 통제하고 있다. 대법원은 신영철이 보낸 이메일 유출 경위를 조사하겠다며 양심적 판사들에게 으름장을 놨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사법부 내에서 보수적인 판결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근 1심에서 50여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철도노조에게 2심에서 70억 원 배상을 선고하는가 하면 농성장 철거에 맞서 몸싸움을 벌인 것을 두고 동우화인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사회에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자들이 법 위에서 권력을 휘둘러도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이를 통제할 법적수단이 전혀 없다. 신영철이 코드를 맞춘 이명박식 ‘법치 민주주의’란 권력자들의 민주주의인 것이다.
지금대로라면 기껏해야 신영철을 정직 처분한 뒤 자신을 위기로 몰아넣은 판사들과 기층 운동에 칼 끝을 겨눌 공산이 크다. 이명박 정부와 사법부의 유착은 한층 은밀하고 공고하게 자리잡을 것이다.
따라서 당장 이자들을 물러나게 만들 운동이 벌어져야 한다. 지난 3월 19일 법원노조는 양심적 판사들을 방어하고 신영철을 사퇴시키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이런 행동이 더 많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