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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 ‘물량나누기’가 답일까

최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윤해모 지도부가 ‘안정적 물량 확보’를 위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고용안정을 위해 3공장에서 생산하던 차종을 2공장에서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일감 나누기’와 ‘다차종 생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측과 기성언론 등은 환영하고 있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경제 위기 때문에 현대차에서는 공장별로 생산 물량의 차이가 커졌다. 판매량이 많은 아반떼를 생산하는 3공장은 잔업과 특근을 하고 있지만, 판매량이 적은 공장은 하루 8시간도 일하지 못한다. 시급제라서 공장별로 월급 차이가 1백만 원까지 나고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도 커져 왔다.

따라서 이것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핑계로 사측은 유연한 다차종 생산을 요구해 왔다. 반면 많은 노동자들은 다차종 생산이 노동강도를 높이고 인력 전환배치로 연결돼 고용 불안을 낳을까 봐 반대해 왔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얼마 전 2공장 에쿠스 물량이 5공장으로 이관되면서 2공장에서 일하던 정규직 1백여 명이 5공장으로 전환배치되고 5공장 비정규직이 무급휴직으로 밀려나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현재 2공장 비정규직 대의원과 활동가들은 ‘정규직, 비정규직 총고용 보장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출근 투쟁을 하고 있다. 이들은 3공장 물량이 2공장으로 오게 되면 이른바 ‘여유인력’ 1백50여 명이 생기고 정리해고될 거라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도 비정규직의 고용이 보장되는 일감 나누기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 원하청 공동투쟁이 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측이 물량의 통제권을 쥐게 되면 노동자들 사이를 이간질할 수 있다. 지금도 3공장 노동자들은 물량을 독점하는 이기주의자로 몰리고 있고, 2공장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일자리를 두고 싸우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물량에 따라 월급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시급제에서 사측이 물량 통제권을 가지면 이것은 필연이다. 노동자들은 더 많이 일하기 위한 ‘바닥을 향한 질주’를 해야 한다. 더구나 경제 위기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줄어드는 일감을 언제까지 나눌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현대차노조는 주간연속2교대제와 함께 서로 잔업특근을 더 하려고 다투지 않아도 되는 월급제를 요구했고 사측과 합의했다. 그런데 사측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일감이 줄어든 지금이 노동시간 단축과 주간연속2교대를 시행할 적기인데 말이다.

그러므로 지금 현대차 노조 지도부가 할 일은 사측이 약속을 지키도록 투쟁하는 것이다. 월급제에서 노조가 통제하는 물량 조절은 아무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잉여금 수십조 원을 쌓아 두고, 9백억 원짜리 전용기를 사서 타고 다니는 자들이 돈이 없어서 월급제를 시행하지 못하겠다고 엄살 떠는 것을 들어 줄 이유는 없다. 정규직·비정규직이 힘을 합쳐 고용 보장과 월급제 쟁취를 위해 투쟁하는 게 함께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