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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똥파리>:
시궁창에 던져진 소외 계층의 삶

“단지 저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것뿐입니다.”

영화 〈똥파리〉 시사회장에서 “노점상을 강제 철거 하는 용역들이 등장하는 영화 속 장면이 ‘용산 참사’와 관련지어 의도적인 설정이 있었나요?” 하는 질문에 이 영화의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양익준 감독이 한 말이다.

소통할 수 있는 언어는 욕이요, 감정 표현은 주먹뿐인 상훈. 매일같이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상훈은 더러운 배설물 주위를 맴도는 ‘똥파리’ 같은 삶을 산다.

그는 이른 새벽부터 사채빚을 걷거나 ‘용역 깡패’ 일을 한다. 그는 빚을 갚지 못하는 이들, 노점상인들 그리고 대학 등록금 집회를 여는 대학생 등을 찾아가 가차없는 폭력을 일삼는다.

그는 아버지한테서 겪은 고통을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을 통해 치유받으려 한다. 상훈은 우연히 ‘영희’라는 여고생을 알게 된다. 얼핏 보기엔 그 어떤 공통점도 발견할 수 없지만 비슷한 환경 속에서 내면의 상처를 간직한 이들은 서로를 단번에 알아본다.

그리고 어느덧 그들은 서로 아픔을 보듬어 주는 ‘친구’가 된다. 역시나 그들의 언어는 아무렇게나 툭툭 내뱉는 욕설이지만 그들만의 언어는 세상의 그 어떤 언어보다도 따스하다.

영화 〈똥파리〉는 가족으로 인해 상처받은 인간들의 모습과 그 폭력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채 폭력의 되물림을 일삼을 수밖에 없는 이들의 숙명적 상황을 보여 준다.

좀더 큰 틀에서 이 영화는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과 부조리 즉, 소외계층들의 처절한 삶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그것이 곧 한 개인의 문제만으로 국한될 수 없다는 점을 폭로한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이는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현실’임을 절감했다.

‘‘똥파리’의 삶을 벗어나기 위해, 깨끗한 저 세상으로 한걸음 내딛기 위해 발버둥치는 순간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남기며 쓸쓸히 끝맺음 하는 영화 〈똥파리〉.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이 영화는 씁쓸한 물음과 함께 끊임없는 고민을 던져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