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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 칼럼:
세계 대공황, 끝은 아직 멀었다

지난 3월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세계 주요 증시가 크게 올랐다. 또, 올해 1/4분기 미국의 소매 판매가 1퍼센트 증가하고, 지난 3월 중국의 구매관리자 지수가 플러스로 반전되는 등 몇몇 실물경제 지표도 오랜만에 호전된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와 함께 2007년 여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서 시작된 세계 대공황이 바닥을 치고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이 IMF 기금을 추가 조성하는 데 합의하는 등 얼마간의 성과를 올린 것도 세계 경제 위기가 바닥을 친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의 배경이 되고 있다. 비관론자로 유명한 뉴욕대학 루비니 교수조차 이번 경제 위기가 빠르면 올해 말 끝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와 같은 세계 경제 위기 바닥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1930년대 대공황의 경험에서 보듯이, 경제 전체가 중장기적으로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주가의 일시적 반등을 포함한 경기의 일시적·국지적 회복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필자는 이미 1년 반 가까이 계속된 세계 경제 위기(그것만으로도 이미 제2차세계대전 후 최악의 경제 위기이다)는 올해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며, 세계 경제가 이번 위기 발발 직전인 2007년 초의 수준을 회복하려면 적어도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무엇보다 최근 주가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계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인 이윤율 저하, 과잉생산과 과소소비, 양극화와 글로벌 불균형 및 이로부터 비롯된 실물경제의 불황과 부실 금융자산의 누적 문제가 전혀 해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세계 전체에 걸친 실물경제의 위축은 전반적으로 호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최근 IMF는 올해 세계 경제가 0.5~1퍼센트 정도 위축될 것이며, 2010년 중반 이전에 세계 경제가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기존의 세계 경제 전망을 오히려 하향 조정했다. OECD도 30개 회원국의 GDP가 올해 4.3퍼센트 감소하고 실업률은 10퍼센트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 유로 지역 제조업 신규 주문은 전년 동월대비 34.1퍼센트나 감소했다. 영국의 제조업 생산은 최근 3개월 동안 6.5퍼센트 감소해서 지난 40년 동안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WTO는 올해 세계 무역이 무려 10퍼센트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LO는 올해 세계 전체에서 5천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3월 미국의 실업률은 8.5퍼센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1983년 이래 가장 높은 것이다.

미국의 소비 긴축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

무엇보다 이번 세계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인 1970년대 이후 이윤율의 장기저하가 지속되고 있다. 며칠 전 〈블룸버그통신〉은 2009년 1/4분기 중 S&P 상장 500대 기업의 이익이 무려 37퍼센트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익성의 지속적 악화와 함께 과잉생산과 과잉설비의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미국 제조업의 가동률은 68퍼센트였는데, 이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주지하듯이, 이번 위기는 미국의 주택 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시작된 2007년 여름 서브프라임 모지기 부실 위기가 ‘마이너스’ 자산효과를 작동시켜 소비를 감소시키고 이것이 다시 일본·독일·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의 대미 수출을 감소시켜 세계 실물경제의 위기로 확산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따라서 세계의 실물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세계 경제의 엔진이었던 미국의 소비가 살아나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에서 진행된 주택 가격 폭락 등 자산 거품 붕괴를 감안할 때 ‘마이너스’ 자산효과에 따른 소비 긴축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주택 가격 하락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데, 지난 1월 미국 도시 주택 가격은 다시 2.8퍼센트 감소해서 1년 동안 19퍼센트나 하락했다. 이는 2006년 중반 고점 대비 30퍼센트 이상 하락한 것이다. 그래서 주택을 포함한 미국의 가계 순자산은 2007년 중반 64조 4천억 달러에서 2008년 말 51조 5천억 달러로 무려 20퍼센트나 감소했다. 게다가 최근 실업 증가와 임금 동결(또는 인하)로 인한 대중의 구매력 위축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의 소비가 세계 경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임을 알 수 있다.

끝으로 이번 세계 대공황을 촉발시키고 그 극복을 어렵게 하고 있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손실 문제, 특히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 문제가 최근 주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다. 그동안 은행은 손실 상각, 자본 확충을 상당히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실채권 때문에 여전히 대출을 꺼리고 있다. 실제로 런던 은행간 대출금리(LIBOR)는 아직도 연방기금 금리보다 높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 전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1조 달러 이상의 부실채권을 이른바 민관합작 방식으로 매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은행주를 비롯해서 주가가 오른 것은 주로 이 ‘가이트너 효과’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오바마에게 남아 있는 위기 대응 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연방기금 금리도 제로 수준으로 내려갔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미 수조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 구제금융 등으로 미국 재정적자가 과도하게 늘어나,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제 미국 정부는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에서 팽창 정책을 쓸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따라서 이번 가이트너의 은행 부실채권 매입 방안이 실패로 판명될 경우(스티글리츠, 크루그만은 물론 대다수 미국 주류 경제학자들조차 이 방안이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미국 경제 위기, 따라서 세계 대공황은 더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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