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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행동권은 양보할 수 없는 공무원노조의 권리

사람들은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으니 공무원노조가 곧 합법화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법외 단체인 공무원노조에 대한 행자부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행정의 집행자들인 공무원 노동자들이 행정 명령권자를 만나기 위해 행자부 장관실을 점거하는 극한적인 행동까지 해야 했던 2002년을 생각하면, 정기적인 만남을 갖자는 김두관 현 행자부 장관의 태도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현실과 기대감 사이에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다.

어쩌면 우리는 수돗물을 마실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나라 최대 정수장이자, 서울의 5분의 2에 해당하는 물을 책임지는 암사정수사업소의 민간 위탁 계획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현실

언제나 그러하듯 민영화는 수도요금 인상과 수돗물 질 저하를 가져올 것이다. 서울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인원 감축을 효율성이라 말하고 있다. 그리곤 효율성을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채용할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민간 위탁 시도에 반대하는데도 서울시 상수도 본부는 공무원노조가 법외 단체라 면담조차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발전소 노동자들이 그랬듯이 단결해서 싸워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또, 한나라당의 문제 제기와는 별도로 선거 개표기의 문제점을 지적한 공무원이 있다. 그는 선거 개표기가 표식을 인식하는 데 결함이 있으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을 뿐인데, 언론에 알려지자 중앙선관위가 노조 지부장인 그를 전라도로 좌천시켰다. 우리가 항의 방문을 갔으나 돌아온 대답은 “법외 단체와는 대화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었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정부 관리와 면담이 이루어진다 해도 공직 사회에서 한 번 내뱉은 말을 철회시키려면 노동자들의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올해 초 서울지하철노조가 적정 인력 확충과 안전 대책 없는 지하철 연장 운행에 반대하며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서울시는 일반 행정직 공무원을 주축으로 대체 인력 투입을 결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공무원 노동조합은 대체 인력 투입 거부를 선언하고 연대 투쟁을 벌였다. 서울시는 공무원노조와 지하철노조의 연대 움직임에 놀라 이내 “공무원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하지 않겠다.” 하고 백기를 들었다.

과감한 행동

또한 공무원노조는 전쟁에 반대하는 행동에도 나섰다. 각 지역에서는 전쟁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는가 하면 전쟁에 반대하는 공무원들의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전쟁에 반대하는 공무원들의 선언을 조직하기도 했다.

전국공무원노조의 이러한 활동이야말로 등·초본 몇 번 더 잘 발급해 주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공무원 노동자의 본질적 책무다. 국민들은 그 동안 공무원들에게서 받았어야 할 올바른 몫을 이제야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권 못지 않게 반쪽자리 노조 만들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참여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노무현은 공무원 노동자들의 참여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는 단체행동은 인정할 수 없다는 전교조 수준의 합법화안을 제시했다.

부분적인 단체교섭권만으로는 공무원 노동자들과 국민들이 처한 이 현실을 헤쳐나가기가 힘들다.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은 무엇보다 양보할 수 없는 일이다.

노무현 정부가 언제까지 개혁적 이미지 하나로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이재열(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교육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