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 4·29 재보선 한나라당 참패와 진보신당·민주노동당 약진:
진보 진영이 반MB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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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은 통쾌한 MB심판의 장이었다. 그동안 이명박의 안하무인식 반민주·친재벌·반서민 횡포에 목덜미가 뻣뻣해지고 입맛까지 잃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나라당의 선거 참패 소식은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한나라당은 국회의원 다섯 석 중 단 한 석도 얻지 못했고 11곳의 기초 단체장·의원 선거에서도 고작 한 석을 얻는 데 그쳤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단일 후보를 낸 울산 북구에서 조승수 후보는 정몽준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한나라당 후보 박대동을 큰 표차로 따돌리며 당선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전남 장흥과 광주에서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기초 의원을 당선시켰다. 조승수 후보의 당선으로 진보신당은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이명박에 대한 반감이 어찌나 컸던지 민주당은 노무현 부패 사건으로 위기에 빠진 가운데서도 수도권 격전지인 부평을에서 반사이익을 얻으며 당선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정동영은 민주당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분열만 가속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김응호 후보는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 인천 부평을에서 끝까지 사퇴 압력을 받아들이지 않고 선전했다. 이명박의 한나라당뿐 아니라 부패한 민주당에도 독립적인 진보 정당이 존재를 보여 준 것이다.
이명박은 심지어 한나라당 내에서도 체면을 구겼다. 경주에서 ‘형님’ 이상득의 압력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계 후보 정수성이 친이명박 후보 정종복을 10퍼센트 이상 따돌리며 당선했다.
이번 선거 결과 때문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친박계의 입김이 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진보정당들의 약진은 정치 양극화의 왼쪽 축을 형성할 가능성을 보여 줬다.
자신감
이명박 지지율이 회복되고 있다는 보수 언론들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 결과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 드러냈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명박으로서는 촛불 1주년을 코앞에 둔 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다시금 ‘저항 세력’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두려움에 초조했을 것이다.
그래서 MBC PD들을 체포하는 등 언론탄압을 강화하고 수십 명의 시위 참가자들에게 무더기로 소환장을 발부하는 등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운동을 위축시키려 한 것이다.
물론 이런 막가파식 공격 때문에 촛불 항쟁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위축됐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촛불 시위가 잦아든 뒤에도 조직된 노동자·학생·좌파 들이 이명박의 공격에 완강히 맞섰고 부분적으로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이다.
비록 지난해 촛불 같은 대규모 대중 행동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투쟁 덕분에 올해 초 용산 참사와 2월 입법 투쟁 등에서 거듭 밀린 이명박은 최근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도 패배의 쓴 맛을 봐야 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노무현과 민주당 지지자들을 위축시키려고 터뜨린 노무현 부패 사건도 판세를 뒤집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다시 말해 조직된 세력의 끈질긴 저항이 이명박의 반동 ‘속도전’에 제동을 걸었고, 이번에도 특히 울산에서 두 진보 정당이 단결해 한나라당을 패퇴시켰다. 흥미롭게도 이명박에 대한 우파적 반대가 결집한 경주와 진보 후보들이 당선한 곳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높았다. 이명박 몰락으로 박근혜가 수혜를 입을 수도 있지만 중도좌파가 반MB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재보선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자신감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고비였다. 이명박이 참패하고 진보진영이 약진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을 얻겠지만 반대로 진보진영이 지지부진해 구심점 역할을 못 해낸다면 이명박의 몰락으로 박근혜만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힘을 얻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울산 북구에서 벌어진 지난한 후보 단일화 과정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 점에서 기나긴 산통 끝에 전체 운동을 위해 올바른 결론을 내린 민주노동당 김창현 후보와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에게 갈채를 보낸다. 특히, 대의를 위해 승복한 김창현 후보의 대승적 결단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좌파는 그 동안의 투쟁과 이번 선거에서 얻은 자신감을 더 많은 곳으로 확산시켜 제2의 촛불을 만들어 내는 데 - 기다릴 것이 아니라 - 기여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명박의 경제 위기 책임 전가와 민주주의 역주행에 맞서 단호히 싸우는 동시에 급진적이면서도 광범한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안을 건설하려는 노력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진보 세력이 이명박에 불만과 분노를 느끼는 훨씬 광범한 대중에게 이번 선거에서 얻은 자신감을 확산시킬 수 있다면 이명박 몰락 시나리오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것도 그다지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