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트21〉 4호 독자편지에서 금융노조 KB국민은행 지부 김문성 연구부장은 전술적으로 금산분리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전술”이 무슨 뜻이지 궁금하다. 전술은 전투에 대한 이론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이에 쟁점이 돼 있는 전투는 금산분리 (완화 반대) 투쟁이다. 이 투쟁에 대한 그의 이론 자체가 “전술”이거늘 또 “전술로선 유용”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아무래도 그가 “전술”을 계책쯤으로 통념적으로 이해하는 듯하지만, 이보다 좀 더 큰 문제는 그가 내 주장 전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고 내가 마치 내 논적의 주장을 오해한 것처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김문성 씨가 금산분리 완화를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본다는 비판을 하지 않았다. 3호 독자편지의 내 말을 인용하면,
“그리하여 김 연구부장에 따르면 부패와 비리는 물론 심지어 경제 위기 심화도 재벌의 은행 소유 탓으로 돌려진다.”
이처럼, 나는 그가 금산분리 완화를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본다고 비판한 게 아니라 경제 위기 심화의 원인으로 본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가 나에 대한 반론에서도 되풀이하고 있는 점이다. 쓸데없이 말이다.
그러나 나는 백보양보해 이것이 설사 사실이라손 치더라도 노동자들이 금산분리 투쟁을 할 이유는 못 된다고 주장했다. 우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전투가 아니다. 다른, 매우 중요한 요구들과 전투들이 많다.
둘째, 이길 승산이 없다. 요구 자체가 공상적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설명했듯이 자본의 세 형태인 생산자본과 상품자본과 화폐자본은 서로 연결되는 자본의 순환 국면들이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자본주의 의회의 개혁 입법 권력으로는 턱없고 자본 자체에 대한 공격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럴 요량이라면 무엇 때문에 금산분리 요구를 내놓는가? 그냥 고용 보장, 임금 보전, 노동시간 단축, 국유화 등 행동강령의 요구들을 제시하면 되지 않겠는가.
셋째, 재벌 혐오라는 이해할 만한 대중 정서에 기댄 비(非)재벌 자본과의 민중전선(국민 연합)이라는 덫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덫을 피하려면 아래로부터의 독립적 계급 행동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다시금 우리는 앞서의 두 번째 논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김문성 씨가 제안하는 길은, 요컨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데다 전리품마저 없는 지뢰밭 전투를 치르자는 것이다. 그는 다른 중요한 전투들을 배치하는 법, 즉 전략에 대해 알아야 한다. 전략 없이 전술에만 골똘하게 되면 독일사민당이 1백 년 전쯤에 그랬듯이 기회주의라는 개골창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