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민주국민회의는 국회 로비만이 아니라 운동 건설에도 열의를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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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민주국민회의(이하 국민회의)는 지난해 촛불항쟁을 계승하고 이명박의 반서민·반민주 정책에 반대하는 운동 건설과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출범했다. 그러나 결성 취지가 무색하게, 국민회의는 그런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MB악법 저지 과정에서 국민회의는 국회 안에서 민주당과 공조에 집중하며 항의 운동 건설에 소홀했다. 결국 국민회의와 별도로 ‘MB악법 저지 비상 국민행동’이 만들어져 항의 운동을 조직했다.
용산참사 항의운동 때도 국민회의는 정책 제시 구실만 하겠다며 중요한 ‘민생’과 ‘민주주의’ 문제였던 운동 조직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민주당은 용산 쟁점을 이용해 국회 내 세력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데 주로 관심이 있었고, 국민회의는 2월 내내 그런 민주당과 공조하는 데 치중했다.
국민회의 내 주요단체인 한국진보연대와 참여연대는 민주당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압력을 넣어 견인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견인되기보다 뒤통수만 쳐 왔다.
최근 ‘뉴민주당 플랜’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나라당과 엇비슷한 정책을 유지해 온 민주당은 이명박에 대한 반감이 증폭돼 온 수개월 동안 별다른 반사이익도 얻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상시적 공조는 국민회의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당이 배신한 이후 국민회의는 최근까지 개점휴업 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MB악법 통과 실패, 신영철 파문, 4.29 재보선 참패 등 연이은 타격을 받은 이명박이 반민주적 탄압에 매달린 이 기간이야말로 국민회의가 활발히 활동해야 할 때였다.
5월 2일 촛불1주년 집회도 그 일환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국민회의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방해한다’는 핑계로 집회를 주최하지 않았다.
소속단체인 범민련이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받고 있는데도 규탄 성명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경찰이 모든 도심 집회·시위를 원천봉쇄하고 ‘상습 시위꾼’을 수사한답시고 무더기 소환장을 발부하고 있는데도, 국민회의는 항의행동을 건설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나는 ‘다함께’를 대표해 국민회의 운영위원회에 참가하면서 이런 국민회의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해 왔다.
결국 국민회의의 책임 방기 때문에 이명박의 반민주적 탄압에 맞서 ‘민주주의 수호, 공안탄압 저지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국민회의 밖에서 결성됐다. 그나마 국민회의가 네트워크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행이다. 또, 참여연대가 초반에 집회와 대중행동에 대한 부담 때문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면서 결정이 늦어지긴 했지만, 6월에 국민회의가 반민생·반민주 악법 저지 운동을 건설하자는 결정도 내렸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내 비주류인 이강래가 원내대표로 선출되고 민주당 내 개혁파인 ‘민주연대’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국민회의는 또다시 민주당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국민회의는 더는 무기력한 사이비 ‘개혁’ 정당 쳐다보기를 그만두고, 이명박에 맞선 투쟁을 조직하는 데 매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