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민련 방어 운동 ─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탄압에 더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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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 참패, 메이데이·촛불 1년 투쟁,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 투쟁은 6월 MB악법 통과 시도에 또다시 제동을 걸고 있다.
그러자 쥐구멍에 몰린 이명박은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좌파 탄압에 나섰다. 북한 로켓 발사 직후 〈레프트21〉이 예견했듯이,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를 반민주적 탄압을 강화하고 정당화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이명박은 진보진영 내 일부 단체가 북한을 지지한다는 점을 빌미로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마녀사냥에 나섰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이하 범민련),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옛 한국청년단체연합 등이 마녀사냥의 핵심 대상으로 올라와 있고, 지난해 촛불 보복의 일환으로 탄압받은 사회주의노동자연합도 또다시 탄압 대상에 올랐다. 범민련 수사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강원도당 간부도 압수수색을 당해 민주노동당이 탄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5월 16일에는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한 누리꾼을 구속했고, 5월 20일에는 한총련 대의원이었던 조선대 학생을 체포했다.
이명박은 범민련이 남한 당국의 허가 없이 북한 사람을 만난 것(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위반)과 범민련 기관지 〈민족의 진로〉의 ‘이적성’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회합·통신을 처벌하는 것은 명백히 이중잣대다. 김대중·노무현 두 전임 대통령이 모두 북한의 “수괴”를 “고무·찬양”하고 “회합·통신”했다. 남한 정치인들과 기업가들도 수시로 북한을 방문하고, 개성공단을 통해 일상적으로 ‘교류’도 해 왔다. 이명박도 개성공단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진보 인사들은 북한 사람을 만나서는 안 되는가.
이중잣대
범민련이 북한체제와 통일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든 견해를 표명할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북한 로켓 발사 경축’ 발언으로 졸지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가 된 가수 신해철 씨의 말대로,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다. “내가 생각한 대로 생각할 수 있고, 내가 생각한 대로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중요하다.
정부는 범민련 활동가들의 ‘친북’ 행위를 빌미로 진보진영을 분열시키려 했지만, 범민련 탄압이 일련의 반민주적 탄압의 일환이라는 점을 이해한 많은 진보 단체들이 정견의 차이를 넘어 범민련을 방어하러 나섰다.
압수수색 당일 국가정보원 앞에서 신속하게 기자회견이 열렸고, 5월 12일에는 80여 단체가 모인 ‘범민련탄압대응 시민사회공동대책위’(범민련방어대책위)가 발족했다. 여기에는 다함께, 사회주의노동자연합 등 북한체제에 비판적인 좌파들도 포함돼 있다. 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범민련방어대책위 공동대표를 맡았다. 진보신당 지도부가 민주노동당 분당 과정에서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 당원들을 일관되게 방어하지 않았던 점에 비춰 보면 환영할 만한 진일보라 할 수 있다.
한편, 참여연대(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소속 단체이기도 하다) 같은 대표적인 진보적 시민단체와 ‘민생민주국민회의’와 같이 민주주의 문제를 핵심 과제로 내걸고 있는 단체도 범민련 방어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방어 운동의 폭을 넓히려면 범민련 고유의 주장을 범민련방어대책위 내의 다른 단체들에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컨대, 범민련방어대책위 상황실이 발족식 기자회견문에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실로 환영할 만한 대전환”, ‘민족의 자주자립이 세계평화와 번영의 열쇠’ 등 범민련 고유의 정세분석 ― 대책위 내에서도 논쟁의 여지가 있는 ― 을 마치 대책위 전체의 주장인 양 쓴 것은 문제였다.
범민련방어대책위 결성의 의의를 잘 살려, 사상의 차이를 넘어 국가보안법 탄압에 함께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