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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하비 인터뷰:
자본의 논리를 탐구하기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데이비드 하비가 자본주의의 현 위기와 그의 칼 마르크스 자본론 온라인 독서 그룹 ― 《자본론》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 ― 에 대해 말한다.
● 데이비드 하비와 함께 자본론 읽기 웹사이트 http://davidharvey.org/ 바로가기(영어 동영상 강의 제공)

일부 전문가들은 현 경제 위기의 근원이 금융 문제에 있었고 여기서 문제가 다른 부문으로 확산된 거라 주장합니다. 다른 이들은 문제의 근원이 생산에 있었고, 그것이 금융 문제로 확산된 거라 말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잘못된 이분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의 이른바 ‘실물’ 부문과 ‘금융’ 부문 사이에는 좀더 변증법적 관계가 존재합니다. 내가 ‘과잉생산’이라 부르는 문제가 상당히 오랫동안 존재해 온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생산보다 자산 가치에 투자하는 움직임이 발생한 것은 부분적으로는 과잉생산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자산 가치 창출 기법의 개발처럼 헤지펀드 등의 투자 가능성을 만들어 낸 금융혁신도 있었습니다.

버나드 메이도프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꽤 오랫동안 부자들은 상당히 높은 수익을 기대하면서 온갖 종류의 다단계 금융 사기(폰지 사기)에 투자해 왔습니다. 부자들이 주택 시장, 주식 시장, 예술품 시장, 파생 상품 시장 등에 더 많이 투자할수록, 이들의 가격은 더 올랐고, 더 많은 사람이 투기 활동에 몰려 들었습니다.

이들 시장은 모두 폰지형 투기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위기에 금융 문제가 있음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왜 부자들이 그런 길을 택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지 않는다면 진정한 원인을 놓치는 것입니다.

과잉생산 위기를 언급했는데, 좀더 설명해 주십시오.

자본가들은 언제나 잉여상품을 생산합니다. 건강한 자본주의는 매년 3퍼센트씩 성장해야 합니다. 문제는 어디서 3퍼센트 성장 동력을 찾느냐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예컨대, 만약 자본이 노동 [부족] 문제를 겪는다면, 상품을 팔기가 힘들 것이고, 과잉생산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만약 시장에 문제가 있어도, 똑같은 과잉생산 문제에 직면할 것입니다. 과잉생산은 자본가가 노동 부족, 시장 [수요] 부족, 자원 부족, 기술 부족 등으로 확보한 잉여를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이 맥락에서 당신은 ‘공간적 해결’(spatial fix) 같은 메커니즘들을 지적했습니다. 잉여자본이 국내 축적보다 해외에 투자되는 상황을 지칭한 말이죠. 당신은 금융 시스템의 발달이 또 다른 ‘해결’ 메커니즘이었다고 생각합니까?

공간적 해결을 추구하려면 정교한 금융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1970년대 이후로 자본주의가 공간적 해결을 추구할수록, 자금을 중국·인도·멕시코 등으로 이전시킬 국제 금융기관들의 구실이 중요해졌습니다. 따라서 1970년대 이후 등장한 새로운 금융 체제는 부분적으로는 전 세계적 자본 이동을 원활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금융화 그 자체가 목적이 됐습니다. 1990년대에 통화 파생상품, 이자율 스와프 등이 등장했습니다. 1990년만 해도 이들 시장의 규모는 보잘것 없었지만, 2006년에 이르면 세계총생산의 세 곱절에 이르게 됩니다.

이에 따른 신용의 폭발적 증가로 자본가들이 훨씬 쉽게 임금을 억제할 수 있었죠.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발생한 경제 위기는 복합적 측면이 있었지만, 한 가지 핵심적 측면은 노동의 힘이었고, [자본의 입장에서] 노동의 힘을 분쇄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이주 정책, 아웃소싱, 해외 이전을 통해서, 다른 한편으로는 로널드 레이건, 마가렛 대처 등의 정치적 공격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1985년에 이르면, 노동의 힘은 사실상 분쇄됐습니다.

1970년대 이후로 제가 “임금 억압”이라 부르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실질 임금이 전혀 오르지 않았던 것이죠. 그러자 시장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임금이 억제되면 총수요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동자들에게 신용카드를 나눠 주는 바람에 노동자들은 빚쟁이가 됐습니다. 지난 20년 사이 미국에서 가계 부채가 세 곱절이나 상승했습니다.

또, 금융기관들이 중요한 구실을 했습니다. 예컨대, 샌디에고의 은행이 지역 건설업체와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주택 건설 자금을 빌려 줬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과연 누가 그 주택을 살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러자 금융기관들이 노동계급에게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 줍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돈을 빌려 줄 ‘신용있는’ 노동계급 사람들을 찾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금융기관들은 신용 등급이 낮은 이들에게 대출하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이런 과정에서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등장했던 것이죠.

금융기관들은 주택의 건설과 판매에 모두 관여해 왔습니다. 그들 덕분에 인구의 상당수가 심각한 부채를 지게 됐습니다. 그러나 부채가 더는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있습니다.

자산 가치 거품은 문제들을 얼마간 감추는 효과도 있었죠.

자산 가치가 상승하는 동안에는 모두 자신이 부자가 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000년에 30만 달러를 주고 구입한 주택이 4년 뒤에 50만 달러가 됐다고 생각해 봅시다. 만약 이 사람이 그 주택을 팔면 수중에 20만 달러를 쥐게 되는 것입니다. 단지 기업들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따라서, 그렇죠, 이런 현상은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효과를 냈습니다.

주택 가격이 계속 뛸 거라는 집단적 기대가 광범하다면, 자산 거품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 그랬죠.

나는 주택 시장이 2003년에 붕괴할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러진 않았죠. 나는 자문했습니다. 내가 그냥 미친 거였나? 2004년에도 붕괴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계속 미쳐가고 있나하고 생각했습니다. 2005년에 이르러 거품은 황당한 수준으로 확장됐습니다. 결국 나는 ‘우리가 다른 세계로 접어들었고 내가 틀렸나 보다’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006년에 이르러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내가 결국 옳았음을 깨달았습니다.

뉴욕 월스트리트. 경제 위기는 노동자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체제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정서도 퍼지고 있다.

당신은 지난번 인터뷰(2006년 2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미국발 대형 금융 위기가 폭발할까 두렵습니다.” 현 위기가 얼마나 심각합니까?

2003년 《신제국주의》를, 2006년 《신자유주의》를 출간하면서 나는 미국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 당시 나는 만약 미국이 여느 나라 같았다면 IMF가 방문했을 거라 지적했습니다. 만약 2003년에 위기가 발생했더라면,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현 위기는 흥청망청 보낸 지난 6년을 처리해야 합니다.

또, 현 위기를 1997~1998년 동남아시아 경제 위기 같은 지역 위기와 비교해 보죠. 당시에 그 나라들은 미국에 물건을 팔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도대체 물건을 팔 시장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는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나는 이 위기가 수년간 지속될 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지역에 따라 충격의 강도가 다를 것입니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가 미국 시장의 붕괴로 수출 주도형 공업화가 파산 위기에 처해 지금 심각한 위기를 겪지만, 그들이 미국 같은 나라보다는 덜 파괴적인 형태로 이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미국은 이번 위기의 타격을 정면으로 받을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그런 타격에 익숙치 않습니다. 만약 아르헨티나인들이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또야? 싫다!”

당신은 미국의 세계적 구실이 줄어들지만 중국 같은 경쟁자들이 당장 미국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을 거라 주장했습니다.

나는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세계적 패권 국가가 되려는 생각이 조금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미국을 뒷받침하고 있죠.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매우 복잡합니다. 미국은 중국의 미국 재무부 채권 투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 3월 말 미국 중앙은행이 수조 달러를 시장에 풀자 달러 가치가 즉각 하락했습니다.

나는 중국이 달러 가치 하락에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됩니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사실, 최근 6개월 동안에는 다른 통화에 비해 가치가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그 상황이 역전될 수 있습니다. 상당히 미묘한 상황입니다.

지금 중국은 미국보다 처지가 낫습니다. 중국 은행 시스템은 미국처럼 타격을 입지 않았고, 활용할 잉여자금도 더 많습니다. 만약 중국이 일본이나 한국과 협조한다면, 그리고 대만이 중국과의 경제적 통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동아시아 경제 협력 지대가 출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라틴아메리카식의 동아시아 지역 은행 설립이 논의돼도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지역화 경향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은 하나의 강력한 지역으로 남겠지만, 다른 강력한 지역들도 공존할 것이고, 미국은 세계경제에 행사했던 영향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이 수조 달러의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죠. 중국은 진퇴양난의 처지에 있습니다. 만약 달러가 하락하도록 내버려 두면 중국은 돈을 잃을 것입니다. 중국이 더 많이 투자하면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돈을 잃을 것입니다. 중국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중국 국부 펀드가 블랙스톤[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사모투자펀드]에 투자한 돈이 상당한 손실을 기록하자 많은 내부 비판이 있었습니다.

만약 미국 달러화 처분 물결이 일어난다면 ― 모두 두려워하지만 아무도 공개적으로 논의하려 하지 않는 주제 ― 엄청난 재앙일 것입니다. 동아시아 지역 등은 독자적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유럽과 라틴아메리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1920년대와 1930년대 같은 지역 블록간 경쟁이 격화될 것이고 대단히 안 좋은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생산의 세계적 성격 때문에 보호주의가 발전할 개연성이 1930년대보다 더 낮은가요?

어떤 생산 부문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위기가 심각해지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영국에서 탈공업화가 얼마나 빨리 진행됐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불과 10년 사이에 생산관계가 재구성됐습니다. 생산 체제와 상품 공급망이 다양한 공간에 걸쳐 분산돼 있다고 해서, 그것이 끊기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중국이 외부 공급자와의 관계를 포기하고 대신에 수입 대체 공업화 정책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이것이 현 위기에 대한 적절한 대응법으로 등장할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보다 더 세계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해서 그 연결이 끊어질 수 없다고 가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현존 방식의 유지를 바라는 측도 있습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정치 투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당신은 웹사이트(davidharvey.org)에서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독서 그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서 놀랐습니까?

그래요, 놀랐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이 모임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나는 “언제나 이 책을 읽고 싶었고,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같은 이메일을 받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하고 거기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에 기초를 두고 자기만의 정치 사상을 발전시켰던 것입니다.

《자본론》을 읽을 때 단지 1권만 꼼꼼히 읽고 끝낼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전체 동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르크스의 다양한 저작들 ― 《자본론》 2권과 3권, 《잉여가치 학설사》,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 등 ― 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마지막 강의에서 마르크스가 놓친 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르크스의 연구 기획은 자본주의 동학을 분석하는 것뿐 아니라 고전 정치경제학을 비판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마르크스는 이자 문제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저작들에서, 심지어는 《자본론》 1권에서도 이자와 신용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본의 집중과 화폐에 관한 장에서 말이죠. 여기에 내가 ‘국가-금융 관계’라고 부르는 문제가 연관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산주의자 선언》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국가의 수중으로 신용 수단이 집중되는 현상을 지적했습니다. 《자본론》의 시초 축적에 관한 장에서 마르크스는 은행 지배, 국가 재정, 국가 부채의 등장을 매우 중요한 발전으로 지적합니다.

자본주의를 올바르게 분석하려면, 국가와 금융을 중요하게 취급해야 합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그것을 맨 뒤인 《자본론》 3권에서 다뤘습니다. 화폐자본의 이동보다 생산에 집중하는 것은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자본론》 1권만으로는 자본 축적과 순환 방식을 이해하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당신은 《자본의 한계》에서 이자·신용 등에 대한 마르크스의 파편적 논의들을 모아 일관된 이론을 발전시키려 했습니다. 당신은 그 이상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많은 사람이 금융 자본에 대해 분석했고, 그에 대한 문헌도 아주 많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런 분석들은 보통 금융 시스템을 자본주의의 전체 동학과 분리시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첫 질문에서 제기한 이분법도 그런 분석에서 나온 것이죠.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까요?

어떤 방식으로 위기에서 빠져나올지는 전적으로 계급 세력 균형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이나 미국 정부의 위기 탈출 방식에 대한 일관된 계급적 반대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분노가 포퓰리즘의 형태로 분출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나타났던 것과 비슷한 형태의 정치 운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나는 “우리는 5년 뒤 더 큰 위기를 낳을 방식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길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자본주의의 급진적 변화를 요구하는 일관된 형태의 운동이 등장하기를 바랍니다.

권력자들은 계급 권력의 근본적 성격을 변화시키지 않고 이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정서가 퍼지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의 경제팀에 대한 불만이 매우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가 임명한 사람들을 보며 아연실색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많은 미국인이 우리 의견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출처 영국 반자본주의 월간지 《소셜리스트 리뷰》 2009년 4월호

번역 김용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