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와 원주민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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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한때 오랫동안 그들을 괴롭혀 온 착취에 대한 저항을 포기한 수동적 존재로 비춰졌다. 그러나 그들이 지난 20년 동안 벌인 투쟁과 그 결과 얻은 승리는 그런 신화가 완전히 거짓임을 보여 줬다.
볼리비아 원주민 조직들은 신자유주의에 맞서 오랜 전쟁을 치른 끝에 대통령과 정부를 끌어내렸다. 이들의 전투는 볼리비아 동부에서 우익들이 벌이는 야만과 인종차별에 맞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에콰도르 원주민 운동은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새 헌법을 만들어냈다. 콜롬비아 원주민 조직들도 국가 탄압에 맞서 행진과 시위를 벌였다.
최근까지만 해도 페루는 이런 투쟁 소식들에서 눈에 띄는 나라는 아니었다. 페루의 대통령 알란 가르시아는 1980년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가 연달아 터진 부패 스캔들로 쫓겨났던 인물이다. 그 뒤로도 전혀 변하지 않은 이 자는 오늘날 콜롬비아 정부와 함께 라틴아메리카에서 다국적 자본의 이익을 앞장서 지켜 주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 지역에 대한 이번 비상사태 선포 같은 소동은 열대 우림 내 원주민 공동체의 저항이 끈질기고 단호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아마존 지역은 라틴아메리카 천연자원에서 대거 이윤을 뽑는 데 혈안이 된 자들이 최근 착취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석유와 가스 자원의 통제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다국적 자본들은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유역, 에콰도르 푸투마요 지역, 콜롬비아 카우카, 볼리비아 동부 같은 곳에 손 닿지 않은 채 있는 자원들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페루 국경 내 아마존 지역은 최근까지는 관심 밖에 있었다.
그러나 가르시아 정부가 부추기고 끌어들인 결과, 지금은 아마존강과 그곳의 목재·석탄·석유·가스가 모두 국제 자본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이 지역은 끊임없는 침략과 탄압, 노예화를 겪으면서도 대대로 지켜 온 원주민들의 안식처다. 그래서 최근까지 이어 온 투쟁 끝에 그들은 역사적 의미를 가진 이 지역을 통제하며 살 권리를 인정받았던 것이다.
UN 등 국제조직들도 원주민 권리를 인정했고, 베네수엘라·볼리비아·에콰도르 같은 라틴아메리카 정부들 또한 헌법을 개정해 이들의 권리를 포함시켰다.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에 새로 구성된 다문화·다언어 의회에서도 이런 권리들이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그러나 페루 아마존 원주민들의 저항이 보여 주듯, 이런 권리들은 여전히 싸워서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미국은 미주자유무역지대를 만들려는 시도가 실패하자 라틴아메리카에서 자신의 지위를 회복하려고 교묘한 방법으로 개별 국가들과 양자간 협약을 끌어내려 한다. 페루 대통령 가르시아도 이미 양자무역협정에 서명한 상태다.
사실 원주민들의 권리는 헌법상 인정된 것이지만, 페루 정부는 원주민의 이익을 방어하고 대변하려고 구성된 기구들을 해체했다. 아마존 원주민들에게 유일한 대안은 이제 저항뿐이다.
특히 아마존 원주민 단체인 ‘페루 열대우림 발전을 위한 범종족협회(AIDESEP)’는 창의적이고 성공적으로 투쟁을 이끌고 있다. AIDESEP는 차단 장벽을 세우는 등 봉쇄작전을 펼쳐 다국적 기업들과 페루인 부역자들의 작업을 막았다. 또, 물길을 막고 댐 건설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 공사가 완료하면, 아마존 생태계에서 곡물을 기르는 데 필요한 물길이 바뀌고 물이 오염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열대 우림의 지리를 잘 알고 있어서 다른 지역의 원주민 형제·자매 들이 겪어야 했던 부상과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몇 가지 일들은 매우 중요한 교훈들을 가르쳐 줬다. 페루 총리 예두드 사이먼은 좌파 출신이지만, 원주민들이 요구하는 대화를 거듭거듭 미루면서 모든 시민권을 정지시킨 대통령 명령을 의회와 함께 지지했다.
원주민들은 매우 조직적이면서도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다. 반대로 다국적 자본들은 라틴아메리카의 석유와 물을 통제하려는 경쟁에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르시아 정부는 세계 시장을 향한 길을 가로막고 서 있는 원주민 공동체를 향해 폭력을 사용하길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 연대 운동이 저 멀리 잊혀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을 적극 알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출처 영국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2153호
번역 김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