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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없는 세상’을 꿈꾸는 MB의 전면적 도발

이쯤 하면 이제 막 가자는 것이다. 드디어 MB정권이 숙원 사업 하나를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전교조 없는 맑은 세상’을 꿈꾸는 MB정권은 1989년 이후 최대 규모로 전교조 교사를 징계하는 칼을 뽑았다. 20년 만에 부패 정권과 참교사의 한 판 대결이 재개된 것이다. 일제고사와 서울교육감 선거를 빙자해 이미 많은 전교조 교사들을 탄압해 온 저들은 이제 시국선언을 건수로 잡아 전면적인 도발을 해 왔다.

필자

시국선언이 각계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고 전교조에 이어 세 공무원 조직의 선언이 예견되자 겁주기로 이를 위축시키는 한편 전교조 손봐 주기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국선언에 참가한 교사 전원을 주의·경고 조처하고 선언을 주도한 88명에 대해 검찰 고발·해임·정직의 중징계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전교조는 지난 6월 26일 전 교원을 대상으로 표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교사 서명운동과 제2차 시국선언을 펼치기도 했다. 나아가 교과부장관과 시도교육감을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교과부장관 퇴진 운동 등 총력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앞에서는 현안인 자율형사립고와 학교선택제 폐기를 요구하며 서울지부가 철야농성을 진행중인데, 29일에는 서울지부장이 평등교육학부모회 회원과 청소년 활동가들과 함께 삭발하고 투쟁 결의를 다졌다. 이어서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 위원들이 청와대 입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시국선언 교사들의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서한문을 청와대에 전달하려다 위원장, 서울지부장을 포함해 1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전교조는 7월 5일 ‘전교조 학살’을 규탄하는 전국교사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 사회에서 공무원·교사도 시민으로서 정치적 견해를 표명할 권리가 있음은 정상적인 초등학교 사회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기초 상식이다. 하물며 이를 빙자해 ‘교사 대학살’을 자행하는 작태는 장기 두다가 장기판을 엎어버리는 것보다 더 치졸하다.

그러나 정권은 곧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번 교사 선언은 단 3일 만에 급하게 조직됐음에도 전국에서 1만 7천여 명이 참가했음에 주목해야 한다. MB정권에 대한 교사들의 반감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 준다. 그동안 MB정권의 교육 정책은 영양가는커녕 독소만 듬뿍 담은 반교육 정책이었다. 또한 철저히 상위 소수 1퍼센트만을 위해 복무하는 희망 없는 정부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러할진대 양심과 정의를 가르치는 교사라면 어찌 침묵하고 굴종할 수 있겠는가. MB독재정권은 몽둥이와 채찍으로 들불을 끄려는 안이한 발상만 반복하고 있다. 고문만 안 할 뿐 과거 군사독재보다 더한 이 정권의 종말이 어떠할지는 중학교 역사 교육과정을 성실히 이수한 자라면 누구나 예견 가능할 것이다.

전교조는 지난 20년 동안 단 하루도 탄압받지 않은 날이 없었다. 이는 전교조가 단 하루도 사회적 책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할지 모른다. 태생부터 정치적인 전교조를 비정치의 울타리 안으로 내몰려 할수록 전교조는 더욱 정치적으로 돼 갈 것임을 경고한다.

우리는 현재 선정 작업이 진행중인 소위 자율형사립고 문제에도 눈을 부릅뜨고 주목·대응해야 한다. 자사고는 자살고요, 귀족학교, MB학교다. 연간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의 학비를 요하는 이 학교에 들어갈 수 없는 대다수뿐 아니라 그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소수를 위해서도 반대해야 한다.

교육과정 자율화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차별화된, 영혼 없는 입시교육에만 매몰돼 계급의 높은 벽돌로 쌓은 그들만의 학교 울타리 안에 갇힌 채 근거 없는 우월 의식 또는 남모를 열등감에 사로잡힌 반사회적 인간으로 변화될 그들 소수의 비극은 명료히 예견된 것이다. 그들 소수에게도 민주 사회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건강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보장돼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지 않을지 모르니 일단 지켜보자는 안이한 생각은 위험하다. 꼭 독약을 먹어 봐야 독약임을 알고 꼭 죽어 봐야 삶이 가치 있음을 깨달을 만큼 우리는 미련하지 않다. 자사고는 곧 7월이면 선정된다. 있을 때 잘해야 하는 게 아니라 없을 때 잘해야 한다.

매년 매달 잔인한 입시서열화 경쟁교육으로 청소년들이 죽음에까지 내몰리는데도 일말의 반성이나 재고 없이 일제고사, 자사고, 고교선택제, 학교서열화, 교육시장화를 향해 우직하게 달려가기만 하는 이명박 정권과 사교육감 공정택은 싸이코패스의 전형이다. 학생의 힘으로, 학부모의 힘으로, 교사의 힘으로, 그리고 민중의 힘으로 이 불치병을 치료해 주자.

2009년 6월 29일 밤,

보슬비 내리는 시교육청 앞 농성장에서

7월 19일(일) 전교조, 공무원노동조합, 야4당, 민생민주국민회의가 공동주최하는 시국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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