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시위에서 이탈하는 이란 개혁파 지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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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뒤흔든 대중 시위가 벌어진 지난 2주 동안, 이란 정부는 정국 돌파를 위해 무자비한 탄압에 의지해 왔다. 그러나 이란 내부의 모순과 이란 대중의 불만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최신 보도를 보면, 경찰과 보안수사관들은 체제 반대파들뿐 아니라 패배한 대선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를 지지하는 개혁파들까지 구속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 교수들, 언론인들, 블로거들이 대거 구속됐고 그들 중 상당수가 테헤란에서 악명 높은 에빈 교도소에 갇혀 있다. 그 곳에 갇힌 일부는 심지어 고문당하다 죽기도 했다. 이 교도소가 지금 여성 수감자들로 넘쳐난다는 보도를 보면 이번 운동의 핵심 조직자들 중 여성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현 대통령 아마디네자드가 승리한 대선에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위가 불붙기 시작했다. 예상과 다른 압도적 표차, 또 개표가 진행되는 중 발표된 선거 결과 등이 선거 부정이 광범하게 벌어졌을 가능성에 힘을 실어 줬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속속 발표됐다. 50개 선거구 투표율이 1백 퍼센트를 넘었고, 2005년 대선에서 17퍼센트를 득표한 한 개혁파 정치인은 이번에 2퍼센트도 지지를 얻지 못했다.
개혁파들은 또 선거관리 당국이 투표용지 1천4백50만 개를 여분으로 인쇄했음에도 자신들이 강세인 지역의 투표소에는 왜 투표용지가 부족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백만
대선 이후 열흘 넘게 수백만 명이 시위에 나서 거리를 점거했다. 1979년 혁명 이후 최대 규모였다.
시위대의 용기에도 불구하고 아마디네자드에 충성하는 바시지 민병대의 군사적 우위를 뛰어넘을 순 없었다. 이 준군사 조직은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탄과 총을 쏘며 시위대를 제압했다.
한편, 정부 내 아마디네자드에 반대하는 인사 다수는 거리 시위가 대중 봉기로 이어질까 봐 걱정하기 시작했다.
무사비의 보수파 동맹인 전 대통령 하세미 라프산자니는 처음보다 운동에 거리를 뒀다. 그는 이번 대중 시위를 “알 수 없는 세력이 이란 대중과 체제를 이간시킬 목적으로 기획한, 복잡한 음모가 만들어낸 사건”으로 규정했다.
무사비는 집회를 취소했다. 그는 지금부터 오직 “허가 받은” 집회만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란에서 집회를 열려면 정부 당국에 1주일 전에 신고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조처는 실제 무사비 지지자들의 거리 동원을 막고 있지만 분노는 여전히 살아 있다.
파업에 관한 미확인 보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엔 테헤란 남부 대시장(그랜드 바자) 상인들 중 일부가 파업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소상인들은 한때 체제의 핵심 지지층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1979년 혁명의 원칙들이 내팽겨쳐진 체제에서 자신들이 점점 주변화하고 있다고 느낀다.
자발적인
그럼에도 소규모의 자발적 시위, 망자를 추모하는 집단행동 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또 개혁파들과 야당 인사들은 이슬람 성지 콤에서도 예상 밖의 동맹이 있음을 발견했다. 시아파 무슬림들 사이에서 최고 권위의 성직자인 고위 아야툴라들이 정부의 탄압을 비난한 것이다.
체제 내 인사 중 상당수는 아마디네자드가 취한 행동이 ‘체제의 권력은 대중의 의지로부터 나온다’는 믿음을 뒤흔들까 봐 걱정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시위대가 “외부 세력”이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이란 체제 안에 뿌리 깊이 자리 잡은 저임금, 고실업, 만연한 부패와 선거 부정, 사회적 억압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번역 조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