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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 평전 2 :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2000년에 작고한 영국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토니 클리프(본명은 이가엘 글룩슈타인)가 쓴 이 책은 레닌의 정치적 전기다. 특히, 1917년 2월에서 10월까지의 러시아 혁명 기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에 나오는 레닌의 모습은 옛 소련의 스탈린주의적 해석과도 다르고 최근 슬라보예 지젝이나 일부 자율주의자들이 새롭게 해석하는 것과도 다르다. 전자가 레닌을 당대 현실을 초월한 성인(聖人)처럼 묘사하고 그의 말과 글을 종교 경전이나 교리처럼 떠받든다면, 후자의 해석은 나름대로 색다르고 독특하지만 대부분 제 논에 물대기에 가까운 듯하다.

△《레닌 평전 2 :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토니 클리프 지음 │ 이수현 옮김 │ 21,000원 ●구입

그와 달리 이 책은 러시아와 유럽의 다양한 사료와 문헌을 꼼꼼히 살펴보고 주의 깊게 분석한 바탕 위에서 1960년대 이후 이른바 아래로부터의 역사학 같은 사회사적 연구 성과도 흡수해서 레닌의 진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그래서 레닌의 오류와 한계를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도 그의 정치적 장점과 위대성을 인정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스탈린주의 신화와 사뭇 달리 볼셰비키당은 레닌의 ‘명령’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10월 혁명 직전에도 레닌은 무장봉기에 반대하는 핵심 측근들의 ‘사보타주’에 부딪혔다! 그런 당과 함께 노동계급에게 배우고 노동계급을 이끌면서 갖가지 시련을 극복하고 마침내 혁명을 성공시키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장대한 드라마다.

지은이는 트로츠키가 쓴 《러시아 혁명사》도 불후의 명작이지만 아쉽게도 당을 과소평가하는 약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레닌은 당이라는 중간 톱니바퀴를 이용해 노동계급 대중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를 움직여 역사의 수레바퀴를 전진시켰다. 그 과정에서 급격한 상황 변화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하고 계급과 운동의 성장에 기여하는 전략과 전술을 발전시켰다. 그런 전략·전술이 혁명의 격변기에 투쟁이 급격하게 고양되거나 갑자기 후퇴할 때 어떻게 ‘예술적으로’ 적용되는지를 이 책은 잘 보여 준다. 지난해 촛불항쟁이나 최근 이란 민주화 항쟁의 부침을 보면서 운동의 동역학과 투쟁의 전략·전술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은 까닭이다.

레닌은 자본주의의 위기와 제국주의 세계 대전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던 20세기 초에 착취와 억압, 소외와 빈곤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러시아와 세계 혁명의 성공을 위해 분투했다. 21세기 초에도 유례없이 심각한 경제 위기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고 제국주의 만행도 여전하다. 따라서 더 나은 세계를 염원하며 진지하게 투쟁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레닌의 사상과 실천에서 오늘의 운동을 위한 교훈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국내에서 2004년에 출간된 《당 건설을 향하여 : 레닌 1893~1914》(북막스)의 후속편이다. 책갈피 출판사는 《레닌 평전 1 : 당 건설을 향하여》를 잘 다듬어서 조만간 3권과 함께 출간할 예정이고, 4권도 2009년 안에 출간하려고 노력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