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성공회대 연구교수 보노짓 후세인과 성공회대 학생 한ㅇㅇ이 부천으로 가는 52번 버스 안에서 인종차별·성차별적 공격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둘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버스 뒷좌석에 앉아 있던 양복 차림의 남성이 보노를 향해 “더러워, 이 개새끼야. 이 냄새나는 새끼야. 너 어디서 왔어!” 하고 소리친 뒤, “Where are you from?” 하고 물었다. 보노짓이 대답하지 않자 “You Arab! You Arab!”이라 외쳤고, 이에 옆에 있던 한ㅇㅇ이 만류하자, 남성은 “넌 정체가 뭐야? 조선년 맞아? 조선년이 새까만 자식이랑 사귀니까 좋냐?” 하고 인종차별적·성차별적 발언을 해댔다.

한ㅇㅇ과 보노는 남성을 경찰서로 데려갔고,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법적 절차를 밟게 되면 여러모로 귀찮으니 서로 사과하고 합의하라고 종용했다. 보노짓이 이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며 모든 것을 기록하고 법적으로 처리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지만 경찰은 “한국에 그런 인종차별은 없다”고 부인하며 재차 합의를 요구했다. 또 경찰은 성공회대에서 지급한 교직원 신분증을 확인한 뒤, “82년생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교수가 됐냐?” 하고 질문하고 “아저씨 한국 온 지 얼마나 됐어?” 하는 반말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7월28일 가칭 성·인종차별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아레나’의 이대훈 씨는 이 일을 우연적으로 일어난 특별한 사건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당사자인 보노짓과 한ㅇㅇ, 다문화가족협회 정혜실 공동대표, 콩고 난민 토나 이욤비, 이주영화제 마붑 알엄 집행위원장, 성공회대 정해구 교수가 참석했다.

콩고 난민 토나 씨는 자신의 까만 피부를 보며 감탄(?)하거나, 더럽지 않은지 만져 보는 사람들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는 것과 학교에서 원숭이라 놀림받는 자녀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붑 위원장은 불법체류자로 오인받았던 경험과 함께 최근 한국인 여고생과의 우정을 그린 영화 반두비에 출연한 뒤,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전화도 잇달아 받았다고 했다. 정혜실 공동대표는 파키스탄인 애인과 결혼하려고 대사관에서 면접을 보고, 부모님 동의서를 제출해야 했던 황당한 경험을 애기하며, 이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성인 여성이 자기판단력조차 없는 것처럼 취급한 것이라 비판했다. 또 다문화 가족에 대한 인터넷 댓글을 보면 많은 남성들이 오빠나 아버지인 양 이주민과 결혼한 한국 여성을 “걱정”하는데, 이것은 민족주의(또는 순혈주의)와 결합한 한국의 가부장주의를 잘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이날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다문화가족협의회,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성공회대학교 등 단체가 성·인종차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주민 비율이 점점 높아져 가는 한국사회 안에서 심각해질 수 있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맞서기 위한 활동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