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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병원 파업, 해고 계획을 막아내다

보훈병원 파업이 쌍용차 파업이 끝난 다음 날인 8월 7일 승리를 거뒀다.

보훈병원은 지난 4월 3백83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6월 말엔 비정규직 대량 해고를 자행했다. 20년 동안 투쟁으로 쟁취해 온 단협 69개 조항도 개악하겠다고 들고 나왔다.

분노한 보훈병원 노동자들은 지난 7월 29일 보훈병원 최초로 다섯 병원(서울·대구·부산·광주·대전지회) 동시 파업을 진행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식 투쟁을 벌였다.

파업에 동참한 노동자들은 “열흘씩이나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대오가 흐트러짐 없이 끝까지 잘 움직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측은 지방 병원 노동자들을 회유하고 탄압하는 것으로 맞섰다. 그러나 “조합원이 2백 명 밖에 안 되는 병원에 4백여 명이 내려가 대구병원을 거의 풍비박산을 만들었더니 병원장과 간호부장이 도망가 숨어버리는 통쾌한 일이 벌어졌다. 그 후 다른 지방병원들은 제발 자기 쪽은 내려오지 말라는 식이었다.”

지역 단체들의 지지도 높았다. 강동 지역 진보단체들은 파업 전부터 연대하며 병원 앞 1인 시위와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8월 1일 강동 촛불 1주년 행사에는 보훈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 참가해 지지를 호소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높은 파업 참가율과 자신감에 겁먹은 사측이 꿈쩍도 않던 태도를 바꿔 파업 열흘 만에 마침내 물러섰다.

3백83명 해고 계획은 철회됐고, 7월 1일을 앞두고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 보전을 받으며 복직 협상을 하기로 했다. 사측의 단협 개악안은 사실상 철회됐다.

“비정규직 부분을 제외하곤 나머지 모두 올해 들어오는 것은 막아내고 지켜냈다”는 게 조합원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또, 조합원들은 “공공 부문에서 처음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걸고 파업했다는 데 의의를 둔다. 비정규직 문제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하고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래서 비정규직 신명자 조합원 역시 아쉽지만 고용보장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각오다. “노조가 12월까지 고용방안을 마련한다고 했으니 믿고 투쟁할 생각이다.”

보훈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경제 위기 시기에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사측에 맞서 자신감 있게 투쟁하면 사측을 물러서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더불어 보훈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순탄히 추진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통쾌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