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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서평

무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 영화평 - 얼마나 끔찍한 미국인가!

마이클 무어가 제작, 각본, 감독을 담당한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은 작년 칸느영화제 55주년 기념상과 올해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 개시 닷새째 되는 날 열렸다. 마이클 무어는 다큐멘터리 부문 다른 후보자들을 모두 이끌고 무대 위에 올라가 수상 소감을 말했다.

“우리들은 논픽션을 좋아한다. 지금이 거짓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거짓의 선거 결과가 우리에게 거짓의 대통령을 선사했고 이제 거짓된 목적을 위해 전쟁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전쟁에 반대한다. 미스터 부시, 부끄러운 줄 아시오! 미스터 부시, 부끄러운 줄 아시오! 교황과 딕시 칙스[빌보드차트 1위에 올라 있던 컨트리 송 여성 트리오]가 당신을 반대하면 당신 시대도 끝장인거요!”

시상식 다음 날 〈볼링 포 콜럼바인〉의 관객은 110퍼센트 증가했다.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오랜 기간 상업적인 연속 상영을 기록중(현재 29주)이다. 역대 다큐멘터리 최고 흥행 기록을 300퍼센트나 앞섰다. 조지 W 부시를 공격한 마이클 무어의 책 《멍청한 백인들》도 〈뉴욕 타임스〉 베스트 셀러 1위를 탈환했다. 무려 50주 동안 10위 안에 들었고 8주 동안 1위를 했다. 14개월 동안 4번이나 1위를 다시 차지했다. 모두 유례가 없는 기록들이다.

〈볼링 포 콜럼바인〉은 총기 살인 사건을 다룬다.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 리틀톤의 콜럼바인 고교에서 두 학생이 9백여 발의 총알을 난사해 학생 12명과 교사 한 명을 죽이고 자살했다. 왜 그랬을까? 왜 미국은 세계 최대의 총기 살인 사건 발생 국가일까?

〈볼링 포 콜럼바인〉은 우리를 제국주의의 문제로 이끌고 간다. 사건은 미국의 대통령이 코소보에 사상 최대의 폭격을 감행한 지 바로 한 시간 뒤 일어났다. 학교 근방에는 세계 최대의 무기회사인 록히드 마틴의 미사일 공장이 있다. 5천여 직원들의 자녀 대부분이 콜럼바인 고교를 다닌다. 이 공장의 홍보 담당자는 무어가 콜럼바인 참사와 미사일이 만들 대참사를 비교하자, “상관 없는 일이다. 화가 난다고 폭격하고 미사일을 날리진 않는다.” 하고 말한다.

그러나 바로 다음 장면은 미국이 전 세계의 학살자들을 지원하고 미사일을 날린 군사 개입의 역사를 보여 준다. 미국이 저지른 살육의 이미지들 위로 흐르는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What a wonderful world)는 봄바람만큼이나 부드러워서 더 가슴 아프다.

〈볼링 포 콜럼바인〉은 총과 함께한 미국 인종 차별의 역사, 미디어가 조장하는 공포의 문화와 집단 히스테리도 꼬집는다. 예컨대 살인사건은 20퍼센트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방송은 살인 사건 보도를 600퍼센트 늘렸다. 공포를 팔아먹고 사는 상인들(언론, 기업, 정치인)의 정점에는 바로 조지 W 부시가 있다 “지금은 국가 안보가 최우선입니다.”

〈볼링 포 콜럼바인〉은 미국의 폭력에 관한 영화다. 미국 국경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국경 밖에서 벌이는 폭력 둘 다에 관한 영화다. 요컨대 미국 사회에서 진정한 폭력의 원천은 전쟁과 가난이다.

미시건 주 플린트 시는 학생들의 87퍼센트가 극빈층이다.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 1위가 살인인 이 도시에서 최연소 총기 살해범이 나왔다. 초등학교 1학년이 권총으로 동급생을 쏴 죽였다. 그러나 〈볼링 포 콜럼바인〉은 언론이 철저히 외면한 사실들, 파괴적인 가난과 이윤 지상주의를 폭로한다. 총을 쏜 아이의 엄마는 이혼녀이고 매일 3시간씩 버스를 타고 정부가 알선한 직장에서 매주 70시간씩 일했지만 방세를 낼 수 없었다. 미국식 복지 제도, 일해서 갚는 정부 보조금 정책의 결과다. 그리고 친척 집에 얹혀 살게 된 지 일주일 만에 아이는 삼촌의 총을 들고 학교에 갔다. 이런 제도를 만들어 낸 자를 회사의 간부로 모셔간 기업이 하필 또 무기 회사 록히드 마틴이다.

영화 〈십계〉의 모세 역할과 〈벤허〉 등으로 유명한 헐리우드의 살아 있는 전설, 레이건과 절친한 골수 우익이자 미국총기협회 회장인 찰톤 헤스톤의 인종 차별적 발언은 아쉽게도 자막 번역을 완화했다.

마이클 무어의 다음 영화는 〈화씨 911〉이다. 부시 가족과 빈 라덴 가족의 오랜 친분, 9·11 사건을 이용해 국내외에서 부시가 벌이는 전쟁과 거짓 선동 들을 다룰 예정이다. 우선 이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을 열 일 제쳐두고 반드시 봐야 한다. 정말 많은 걸 담고 있다. 게다가 유쾌하고 재미있고 슬프다. 무엇보다 반미하는 당신을 용기백배하게 해 준다.

정건


서평 - 팔레스타인

이 만화책의 지은이 조 사코가 팔레스타인을 찾은 것은 1987년의 첫 인티파다(봉기, 반란을 뜻하는 아랍어)가 한물 지나간 뒤인 1991년 말에서 1992년 초였다. 조 사코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겪는 일상적 고통을 그림으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야간 통행금지, 40퍼센트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 걸핏하면 내려지는 봉쇄 조치들, 일상적인 검문과 불법 구금, 악명 높은 안사르 감옥, 살던 집을 무참히 짓밟는 탱크와 폭탄을 퍼붓는 헬리콥터 …. 이런 일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일상사다. 이스라엘은 나치 치하에서 달았던 ‘다윗의 별’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물려주고 있다.

조 사코가 만난 한 팔레스타인인은 대대로 기르던 올리브 나무 17그루를 직접 자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내게 직접 나무를 자르라고 했어요. 내 손에 전기톱을 쥐어주고는 웃으며 구경하더군요.”

“어떤 기분이셨죠?”

“눈물이 쏟아졌어요. 내 손으로 나무를 자르다니, 내 자식을 죽이고 있는 기분이....”

그가 나무를 자르며 흘린 눈물은 양동이에 담긴 눈물에 한 방울 보탤 뿐이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안전을 위해’ 또는 정착촌과 이스라엘을 연결하는 도로망을 구축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자식과도 같은 올리브 나무를 잘랐다.

이스라엘은 1987년 인티파다 이후 4년 동안 12만 그루의 올리브 나무를 잘랐다.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 정착촌은 오히려 더 확대됐다. 지금 총리 아리엘 샤론은 불도저로 팔레스타인인 거주 지역을 밀어버리고 정착촌을 확장한 것으로 악명 높다.

조 사코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생활 수준은 이 만화가 처음 나올 때보다도 못 하다. 여기에 팔레스타인 자치기구의 부패와 무능을 생각하면 비극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하고 지적했다.

2000년 9월 아리엘 샤론의 알 악사 사원 방문을 계기로 시작된 제2차 인티파다는 평화협정 뒤에도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억압에 대한 저항이자 자치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항의였다. 조 사코의 말처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이런 인티파다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화임에도 이 책은 시온주의, 귀환법, 난민촌 등의 쟁점을 다룰 뿐 아니라 나름대로 대안까지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온주의와 이스라엘 국가의 등장, 석유를 둘러싼 미국의 중동 정책과 이스라엘의 역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그 지도부의 약점 등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인티파다》(필 마셜, 책갈피)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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