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의 반전 수업은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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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희
노무현 정부가 교사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노무현이 전교조의 반전 수업을 문제 삼은 뒤 교육부는 전교조의 반전 수업을 사실상 금지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최근 교육부는 앞으로 “교과에 나오지 않는 내용을 교육할 때는 교과협의회 등을 통해 학습안을 만들고 학교장 승인을 얻어 실시”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노무현과 교육부의 이런 방침은 그 동안 전교조의 반전 수업을 공격해 온 우파들을 크게 고무하고 있다. 최근 보성초등학교 교장 자살 사건을 세력 결집의 기회로 삼은 우파들은 더욱 자신감을 얻어 전교조를 마녀사냥할 태세다.
우파들은 거듭 전교조 반전 수업의 ‘이념적 편향성’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한결같이 찬전론자라는 점에서 이들이 외치는 ‘교육의 중립성’은 위선일 뿐이다.
개혁적이라던 교육부총리 윤덕홍이 이끄는 교육부가 우파와 동일한 논리를 내세워 전교조의 반전 수업, 더 나아가 사회 비판적 교육을 금지시키려는 것은 아이러니다.
노무현은 자신의 발언이 대중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자 마치 보고에 문제가 있었던 양 “일부 와전됐다”며 발뺌했다. 그는 자신이 반미만 문제 삼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전은 돼도 반미는 안 된다’는 얘기는 말장난일 뿐이다. 이라크를 침공한 게 미국이라는 것은 어린애들도 다 안다.
반미 주장에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어처구니없다. 언제 친미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있었는가. 국민의 80퍼센트가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다. 하지만 노무현은 ‘국민적 합의’가 전혀 없었는데도 파병을 밀어붙였다. 저들이 말하는 ‘국민적 합의’는 결국 ‘지배 계급의 합의’를 뜻할 뿐이다.
사실, 사회적 문제에서 모든 국민이 동의하는 견해란 있을 수 없다. 계급간 이해득실의 차이 때문에 늘 첨예한 논쟁이 일어난다.
결국 노무현의 얘기는 교사들이 교과서에 나온 내용만 앵무새처럼 가르치거나 사회 현안에서 국가의 방침을 그대로 전달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학교를 국가 정책의 도구로 만들려는 우파의 교육관과 근본에서 다를 바 없다.
전교조의 반전 수업에 대한 공격은 단지 교사들을 통제하려는 시도만이 아니다. 그것은 대중의 급진화 물결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 노무현은 이라크 전쟁으로 더욱 높아진 대중의 반전·반미 정서를 억누르고 반전 운동을 분열시키고 싶어한다.
교사들의 저항은 기성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위기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지배자들에게 늘 우려 대상이었다. 특히 전쟁과 불황 등 체제가 위기에 빠지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1930년대 대공황 때 미국의 많은 주에서 교사들에게 충성 서약을 요구하는 법률이 생겨났다. 제2차세계대전과 냉전 동안 “바람직하지 못한 집단”에 가입한 교사들이 교직에서 추방되는 일이 벌어졌다.
1989년 출범하자마자 수천 명이 해고되고 10년 동안 극심한 탄압을 받은 전교조가 합법화 뒤에도 이데올로기 표적이 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배자들은 이데올로기 통제를 위해 학교에 대한 권위적 억압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교사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가르칠 자유가 있어야 한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을 가로막는 교육부 지침은 철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