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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좌파당 디링케의 약진

독일 총선(9월 27일)을 한 달 남짓 남겨 놓고 8월 30일 실시된 독일 세 지방 주(州)의회 선거 중 두 주에서 디링케(‘좌파’)가 크게 약진했다. 디링케는 튀링겐 주에서 27.4퍼센트(2위), 자를란트 주에서 21.3퍼센트(2위)를 득표했다. 이것은 디링케가 올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지지율에 못 미치는 득표(7.8퍼센트)를 한 것에 비춰 보면 매우 고무적인 변화다.

유럽의회 선거 뒤에 독일 보수 언론들은 독일 노동자들이 더는 반자본주의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당이 너무 좌경적 정책을 내놓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디링케 우파들의 주장을 대서특필하며 디링케가 분열하거나, 최소한 우경화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유럽의회 선거 직후 치른 전당대회에서는 오히려 당이 선명한 왼쪽 정책을 내놓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는 디링케 좌파의 주장이 승리했다. 그래서 주의회 선거 운동에서 디링케는 ‘하르츠Ⅳ[실업수당 지급 개악안]와 연금 지급 개시 연령 67세로 연장 같은 기존의 시장주의 정책 중단과 최저임금 대폭 상승, 아프가니스탄 파병군 즉각 철수’ 등 유럽의회 선거 때보다 좀더 좌파적인 대안을 주장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디링케 좌파의 주장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기존 정책을 고수한 독일 우파 정당 CDU(기독교민주연합)와 중도 좌파 SPD(사회민주주의당)는 모두 득표율이 크게 떨어졌고, 그들을 비판하면서 왼쪽의 대안을 제시한 디링케의 득표율이 크게 올랐다(공공주택 민영화를 지지하는 등 디링케 후보가 ‘사고’를 친 작센 주의 선거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다).

디링케의 성공과 도전

특히, SPD는 자를란트와 튀링겐에서 역사상 최저 득표를 기록했다. 선거 직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거의 70퍼센트가 ‘노동자 정당’을 자처하는 SPD의 반노동자 정책에 불만을 표현했다. 이번 주의회 선거에서 디링케의 득표가 크게 늘어난 것은 SPD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대거 디링케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살란트 주에서는 디링케가 SPD보다 더 많은 노동자 표를 얻었다(34퍼센트 대 27퍼센트). 이것은 앞으로 있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동자 투쟁에서 디링케가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동시에 디링케의 대성공은 도전을 제기한다.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살란트와 튀링겐 주에서는 SPD와 디링케의 ‘적(赤)-적(赤)’ 연정설이 흘러나왔다. 디링케의 공식 주장은 SPD가 반노동 정책을 버리고 디링케의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중앙정부는 고사하고, 주정부에서도 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프란츠 뮌터페링이 이끄는 현 SPD 지도부는 SPD 역사상 가장 보수적 지도부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이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디링케 우파들은 디링케가 연정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미 베를린시 정부에서 SPD와 연정하려고 SPD의 시장주의 정책을 지지한 바 있다.

문제는 이 쟁점에서 디링케 좌파의 견해가 단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디링케 좌파의 가장 중요한 지도자인 오스카 라퐁텐을 포함해서 상당수는 주정부 차원에서(심지어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SPD와 연정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선거 결과가 좋을수록 그들은 타협을 통해 SPD와 정부를 꾸리는 것이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 더 좋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 뒤에 주간지 〈데어 슈피겔〉이 지적했듯이, 디링케가 연정의 일부로 참가한다면 연정 파트너들한테서 “주정부들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고려할 때 공무원 해고 반대, 복지비 삭감 반대, 사유화 반대라는 오스카 라퐁텐의 기존 원칙을 철회해야 한다”는 압력을 크게 받을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 국가 기구에 도전하는 처지에서 그 일부를 운영하는 처지가 되면 그런 압력을 거스르기 쉽지 않다.

따라서 디링케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모임인 ‘마르크스21’의 지도자 크리스티네 부흐홀츠가 말하듯이 디링케의 당면 목적은 연정을 꾸리려고 주판알을 굴리는 것보다는 “하르츠Ⅳ, 연금 지급 연령 67세로의 연장, 공공교육 개악 정책, 대량 해고,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맞선 저항을 고무하고 지지하는 활동을 의회 안팎에서 펼치는 것”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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