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들의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을 축하하며:
11만 공무원 노동자들이 역사적 전진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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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 그리고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의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이 확정됐다. 너무나 기쁘고 축하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틀간 조합원 총투표에서 78퍼센트의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하여 통합에 89.6퍼센트, 민주노총 가입에 68.3퍼센트의 찬성율을 기록했다.
이제 3개 공무원노조는 26일 첫 통합대의원대회를 열어 통합노조 규약 제정, 민주노총 가입 결정, 공동위원장 추대 등을 논의하게 된다.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연금 개악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1백97명이 파면되고, 2백4명이 해임된데다 2006년 노조사무실까지 폐쇄되는 등 무지막지한 탄압을 받았다. 이런 탄압 속에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특별법인 공무원노조법을 거부하고 법외노조를 고수하자는 측과 특별법을 수용해 설립신고하자는 측의 논쟁과 갈등 끝에 노조가 분리되는 아픔이 있었다.
그러나 그후 연금 개악 등 공무원노동자가 처한 현실은 공동 행동의 필요성을 높였다. 전공노와 민공노, 법원노조는 전교조 등 다른 조직들과 함께 정부의 연금 개악에 맞선 공동행동을 벌였고, 2008년 11월 22일에는 전국에서 5만여 명의 공무원이 여의도에 모여 연금 개악에 반대하는 성공적인 집회를 열었고, 약간의 양보도 얻어냈다.
음해와 매도
연금 개악, 구조조정, 임금 동결(사실상 삭감)과 같은 공격과 이에 맞선 단결과 투쟁이 공무원 노조를 다시 통합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이번 총투표를 앞두고 정부와 보수언론은 공무원노동자들을 분열시키기 위해 온갖 음해와 매도를 퍼부었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수차례 공문을 통해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인 총투표를 “불법”이라고 협박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통합노조가 정치활동을 하는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은 매우 우려되고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했고, 〈조선일보〉도 통합공무원노조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실현한다”는 강령을 가진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은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규정한 헌법 7조를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 조직을 특정 이념 정당이 장악하는 꼴이” 된다며 거품을 물었다.
행안부는, 민주노총이 “근로자의 권익향상 보다 정치·사회참여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조합원의 반대표를 선동했고, 〈중앙일보〉는 “민주노총에 의지해서 근로조건을 개선시킨 산하 단체들이 과연 몇 곳이나 되”냐며 민주노총 가입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온갖 공격 속에서도 높은 투표율과 찬성률로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이 통과된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행안부의 징계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전국의 공무원 활동가들은 투표 행위를 독려하고 선동했다. 조합원들 역시 정부의 협박과 언론의 이데올로기 공격에도 거리낌없이 투표했고 민주노총 가입에 찬성했다.
이런 결과는 무엇보다 경제 위기 속에 공무원노동자의 처지가 갈수록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강력한 단결과 투쟁이 필요하며 “정치적 중립”으로 안된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공무원노동자는 굉장히 ‘피로’하다. 출근은 앞당기고 퇴근은 뒤로 미루는 ‘얼리버드 운동’,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원 감축, 기록적인 물가인상에도 동결되는 임금, 임금의 일부인 각종 수당에 대한 공격 등으로 공무원의 77.7퍼센트가 정부 정책 때문에 피로감이 높아졌고, 74.7퍼센트가 이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2008년 5월 KBS시사기획 〈쌈〉 여론조사)
지난 5년간 물가는 15.2퍼센트올랐는데, 공무원 기본급은 8.2퍼센트 올랐다.
그래서 공무원의 노조 조직율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06년 공무원노조법 발효 직후 7만9천 명 조합원에 조직율 27.7퍼센트이던 것이 2008년에는 조합원 21만5천 명에 조직율 75.3퍼센트가 됐다. 노동부조차 “공무원노조가 증가한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핵심 이슈” 때문이라고 분석한다.(2008년 노동조합 조직 현황, 노동부)
압도적인 통합 찬성과 높은 찬성율로 민주노총 가입을 지지한 조합원들의 열망은 무엇보다 하위직 공무원들의 열악한 처지를 바꾸고 앞으로 다가올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격을 막아내고 싶다는 데 있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 경제 지표상 호전은 순전히 국가 재정 투입의 효과이고 조만간 이명박 정부는 노동자에 대한 공격(연금, 민영화 등)을 통해 그 부담을 떠넘기려 할 것이다.
따라서 통합노조는 당장 지금 국회에 올라있는 “가장 강도 높”은 연금 개악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고 개악 저지에 나서야 한다. 임금 동결도 막아야 한다. 정부는 “내년 4대강 사업 [때문에] … 공무원 임금 동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공무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지방행정체제 개편도 중요한 쟁점이다.
이런 투쟁을 위해서는 정부와 보수언론이 그토록 두려워 거품물며 떠들어댄 “정치적 행동”도 필요하다. 사실 그동안 조합원들은 공무원 노동조합의 “정치적 행동”에 반대하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공무원노조는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 광우병소고기 관련 부당업무지시 거부, 대통령 불신임 추진 그리고 가장 최근의 시국선언 시도까지 꾸준히 “정치적 행동”을 해왔고 이 때문에 탄압받았다. 우리는 부패와 반부패 사이에서, 민주와 반민주 사이에서, 재벌·부자와 서민 사이에서 ‘중립’을 지킬 이유가 없고 따라서 이런 “정치적 행동”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하위직 공무원의 근무조건 향상을 위해서라도 통합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의 특수한 요구뿐 아니라 반민주·반서민 정책에 맞선 전체 운동에 적극 동참하며 전체 사회의 세력관계를 노동자·서민들에게 유리하도록 하는데 기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