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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견인론에 대해:
반MB연합을 정당화하는 ‘좌파적’ 논리의 문제점

민주노동당이 반MB연합을 총총걸음으로 따라가고 있다. 9월 16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 주최한 ‘서울시장 선거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는 (필자를 제외한) 토론자들 대부분이 반MB연합에 찬성했다. (성원 미달로 유회된) 9월 19일 중앙위원회의 사업 계획도 반MB연합을 강조했다.

물론 민주주의 수호 같은 정치 투쟁에서는 많은 동맹자들이 있을 수 있다. 때로 민주당 같은 자본가 야당도 일부 쟁점에서 민주주의 후퇴에 반대해 싸울 수 있다. 물론 그들은 끊임없이 뒤돌아보고 문제를 적당히 마무리 지으려 들겠지만 말이다. 이때, 진보진영이 이 투쟁에 관여하기를 꺼리는 것은 노동자들의 정치 교육을 자본가 야당 손에 맡기고, 결국은 자본가 민주주의의 지도자에 지나지 않는 그들에게 정치 투쟁의 주도권을 넘겨 주게 될 뿐이다.

좌파는 이런 투쟁에 개입해 민주당이 한 발자국만 내디디려는 그 순간을 포착해 그들로 하여금 1미터 이상 앞으로 나아가도록 밀어붙여야 한다. 민주당이 거부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제치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반MB연합은 각자의 이해관계가 180도 다른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 계급의 포괄적 정치 동맹이다. 일부 민주노동당 리더들은 벌써부터 한국의 지배계급(비록 비주류일지라도)을 대표하는 자본가 야당과 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을 언급한다.

산수와 역학

일부 민주노동당원들은 ‘주체 세력의 강화’(즉, 민주노동당 강화)를 통해 반MB연합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 귀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2009년 판 반MB연합의 정당성을 옹호하다 1980~90년대 ‘비판적 지지’의 실패를 우회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존재 자체가 ‘비판적 지지’를 예방하는 백신은 아니다. 조직상의 독자성이 곧 정치적 독자성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그럴 조건을 마련해 주기는 하지만 말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민주노동당의 ‘열린우리당 2중대’ 구실 논쟁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반MB연합은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독자성을 제대로 분만하는 것이 아니라 유산의 위험을 증대시킬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노동자 정치 의식에 혼란을 주입하는 대가를 치르면서 반MB 투쟁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MB연합 정책의 일반적 방향 문제와 관계 있다. 노동자 정당이 자본가의 경제 지배력에 맞선 근본적·급진적 투쟁을 자제·포기할 때만 자본가 야당과 한결같은 정치적 동맹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같은 반MB연합의 좌파가 민주당을 견인할 수 없는 까닭이다. 오히려 노동자 조직이 반MB연합의 그물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게 될 개연성이 크다. 그래서 반MB연합에 산수 규칙, 즉 덧셈을 적용할 수 없다. 서로 다른 계급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역학을 이해해야 한다. 반MB연합 내 정치적 동맹자들이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분력(分力) 경향이 있다면 합력(合力)은 0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그런 불길한 조짐을 힐끗 봤다. 지난 7월에 민주노동당은 쌍용차 노동자 파업이나 민주주의 투쟁에 열의를 보였지만, 그와 동시에, 민주당에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조심하느라 비정규직법 개악 논란에서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 중 하나인) 민주당을 편든 바 있다. 또, 의회에서 민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부도 기업의 노동자 고용 보장을 위한 국유화(공기업화) 요구를 회피하거나 모호한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한편, 민주노동당 리더들은 ‘한국적 특수성’(가령, 외세의 간섭과 독재 정권의 등장)을 들어 반MB연합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적 특수성’이 아니라 오히려 민중전선(반MB연합의 역사적 명칭)의 역사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나타난 논거다. 1930년대 프랑스·스페인·중국·브라질·체코슬로바키아, 1970년대 칠레 등에서 노동자 계급의 지도자들은 이른바 ‘후진국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자유주의적 자본가 정당과 정치 동맹을 맺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모두 노동자 운동의 패배라는 커다란 재앙으로 끝났다.

일부 민주노동당 사람들은 반MB연합을 비판하는 우리에게 힐문한다.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게 급선무다. 이명박 정권에 맞선 반MB연합의 승리는 독재에 대한 민주주의의 승리다.’

물론 양자 사이에서 적대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당연히 민주적 권리 수호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 같은 불철저한 ‘민주주의자들’과 동맹하는 계급 연합 방식보다 계급투쟁 방식을 통한 민주적 권리 옹호가 훨씬 더 효과적이며, 무엇보다 이를 통해 노동자 계급은 자유 민주주의의 한계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반대로, 단계론에 입각한 반MB연합은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독자성과 주도성 약화를 대가로 근본에서 민주당을 강화해 주는 시멘트 구실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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