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을 사지(死地)로 내모는 난민 불인정과 강제 송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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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란 난민이 강제 송환을 하지 말라고 절박하게 요구하며 외국인보호소에서 한 달 넘게 단식하고 있다. 오랜 구금과 단식으로 그의 건강 상태는 매우 안 좋다. 그는 2005년 12월 이래로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해 무려 4년째 구금돼 있다.
그가 난민 신청을 한 사유는 ‘개종에 따른 박해 위험’이다. 이란에서는 개종한 사람에 대한 관습적 보복이 이뤄져 왔다. 게다가 2008년 9월 ‘배교자’에 대한 고문·사형 등의 처벌을 명문화한 형법이 제정됐고 이 법에 따르면 이 이란 난민은 사형에 처해진다.(이란 형법 제225-7조)
이렇게 박해의 위험이 명백한데도 한국 법무부와 법원은 끝내 그의 난민 인정을 거부했다. 그가 외국인보호소 구금 이후에 난민 신청을 했고, 이것은 그가 강제 추방을 피하기 위해 허위로 신청을 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 보호소 안에서 난민을 신청한 이주민들 대부분은 이런 이유로 난민 불허 판정을 받고 있다.
심지어 법무부는 지난 18일 국가인권위의 “난민 인정 불허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인 난민 신청자가 불법 취업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퇴거해선 안 된다”는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권고를 받아들이면 ‘취업을 목적으로 소송을 남용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짜 난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16년 동안 2천3백97명의 난민 신청자 중 겨우 1백22명을 난민으로 인정했을 뿐이다. ‘가짜 난민’ 운운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숫자다.
그동안 한국의 난민 제도는 심각한 결함이 지적돼 왔다. 법무부 장관의 1차 심사가 끝난 후 이의신청을 해도 그 심사가 1차와 동일한 기관에서 이뤄지며 그것도 1차 심사와 동일한 자료만으로 이뤄진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이의신청을 심사하는 난민인정협의회는 “2시간 동안 평균 1백35건을 심사하여 1건당 평균 심사 시간이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과연 이런 결정이 충분히 공정하고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지난해에도 버마 난민 신청자 여덟 명은 법무부로부터 난민 불인정을 받은 후 무려 3년 동안 법원 소송을 통해서 겨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한국 정부는 태국에 온 버마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르포 ‘양지를 찾는 사람들’의 저자이자 태국 언론인·인권운동가인 삠 끗사왕의 충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버마처럼 인권 유린과 내전의 잔혹함이 끔찍한 나라에서는 ‘이주 노동자’, ‘난민 노동자’, ‘망명자’, ‘정치적 난민’의 구분이 명백히 이뤄질 수 없음을 주목해야 한다 … 이들은 모두 정치적 폭력과 비인간적 상황으로부터 도피한 사람들이다.”
정부는 강제 송환을 거부하며 단식 중인 이란 난민을 지금 당장 석방하고, 외국인 보호소에 장기 구금돼 난민 인정 절차를 밟고 있는 사람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