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의 야간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야간옥외집회 금지 조항은 가장 기본적 민주적 권리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대표적 독소조항이었다. 특히 낮에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일과 후 저녁 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막아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표현을 억압하는 기능을 했다.
그래서 헌재의 판결이 나오자 〈조선일보〉는 “시위꾼들[이] … 밤중에 도로로 뛰어나와 폭력 시위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며 짜증내고 있다. 앞으로 헌재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야간에 헌재를 포위하고 밤새 시위할 수도 있다”며 헌재를 향해 울화통을 터뜨리고 있다.
헌법불합치 판결은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정당성에 타격을 가했다. 정부가 지난해 촛불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하고 구속하는 데 악용한 게 바로 이 조항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이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며 떠들어대던 “법과 원칙”이 헌법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시법 위반으로 억울하게 구속된 사람들을 즉시 석방하고 피해 보상, 사면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아울러 수배자에 대한 수배를 즉시 해제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시민사회단체가 오랫동안 민주적 권리의 확대를 위해 투쟁해 온 성과이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정부에 맞서 싸웠던 결과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현행 집시법에 억눌려 있던 많은 사람들의 자신감을 고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헌법불합치 판결이 났는데도 경찰청장 강희락은 법 개정 전까지 야간집회를 계속 금지하겠다고 밝혔고, 참여연대가 신고한 야간집회를 불허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들어서 야간집회는 물론이고 주간집회의 상당수도 불허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촛불시위 이후, 집회 불허가 폭증해 서울 도심에서는 거의 집회를 할 수가 없다. 경찰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모두 1백49건의 집회를 금지한 반면, 올해 상반기 4개월 동안에만 1백64건의 집회를 금지했다. 또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5월 13일부터 6월 22일까지 서울 시내 주요 장소 1백 곳에 집회 신고를 냈지만 경찰은 단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불허했다.
헌법에서는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21조 2항)고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신고제가 아닌 명백한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헌재 판결 이후 〈중앙일보〉는 “현행 집시법에 규정돼 있는 ‘교통소통을 위한 제한(제12조)’ 등의 조항들을 적절히 활용”해 집회를 규제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는 대표적 MB악법 중 하나인 집시법 개정안을 보면 마스크 착용 금지, 소음 규제, 벌금 최대 10배 상향 등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따라서 위장전입·탈세 등 온갖 범법자들로 가득한 정부가 헌법에도 어긋나는 악법을 이용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누르는 것에 맞선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