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前) 한국외대 무기정학 징계자 조명훈 씨가 지난해 4월 학교 측을 상대로 낸 무기정학처분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판결이 9월 24일 내려졌다. 여기서 대법원은 한국외대 당국이 조명훈 씨에게 무기정학 6백일 동안 받은 피해에 대해 5백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조명훈 씨는 지난 2006년 초 학내 직원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활동을 벌이다 학교로부터 무기정학 징계를 받았다. 당시 그는 보직교수가 파업중인 여성조합원을 성희롱하고 남성조합원을 폭행한 일을 폭로했는데, 학교 당국은 이것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행위라며 그를 징계했다. 이는 새로 부임한 박철 총장이 한국외대에서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강성 노조와 학생들을 길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보직교수들의 노동자 폭행·성희롱”은 국가인권위와 법원을 통해 거듭거듭 “사실”로 밝혀졌다.
결국 조명훈 씨는 학교 당국의 부당한 징계에 맞서 투쟁해 오다 지난해 3월 ‘무기정학효력정지’ 가처분 판결에 힘입어 1년 7개월 만에 복학했다. 그리고 한달 뒤 1년 9개월을 끌어 온 ‘무기정학처분무효’ 소송도 “무기정학 무효”로 확정됐다.
조명훈 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학교 당국의 부당징계로 빼앗긴 청춘을 보상하라며 학교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는 “학교가 학생을 마음대로 징계하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을 바로잡는다는 정치적 의미”(조명훈)도 있었다. 학교 당국은 ‘무기정학처분무효’ 소송에서도 계속 항소하며 고집을 부리더니 이번에도 손해배상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2008년 11월, 1심에서 “무기정학처분은 재량권 일탈 내지는 남용의 정도가 우리의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 위법행위에 해당”해 “불법행위”라면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그 사용자로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고, 학교 측의 두차례 상고도 모두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최근 중앙대 징계 사태처럼 학교 측이 교권을 남용해 학생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린 것이다.(조명훈)
3년이 넘는 끈질긴 투쟁 끝에 승리를 쟁취한 조명훈 씨는 “함께 싸운 학생들과 직원들의 힘 때문에 복학하고 손해배상 소송까지 승리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