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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는 비정상인가?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에는 동성애가 수간, 근친상간 등과 함께 비정상적인 성행위로 규정되어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를 뭔가 비정상적이거나 변태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럼 정상적인 것은 무엇일까?

이성애가 정상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사회에서 이성애자가 대다수이고 이성애가 자연스럽다고 강조한다. 즉, 생식과 관계없는 동성애는 변태이고 비정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른손잡이가 다수이고 왼손잡이가 소수라고 해서 왼손잡이를 비정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생식과 관계 없는 자위행위와 오럴 섹스 등을 비정상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물론 예전에는 왼손잡이가 악마의 징표로 낙인찍혀 마녀사냥당한 시기도 있었고, 자위행위와 오럴 섹스가 비정상적이고 변태적인 행위로 지탄받았던 적도 있다.

이렇듯 비정상이냐 아니냐는 그 행위 자체가 가진 속성이 아니라 그 행위에 대한 사회적 가치평가일 뿐이다.

동성애 관계에 대한 평가는 각 시대마다 사회마다 달랐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처럼 동성애 관계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보인 시기도 있었다. 중국이나 인디언 사회에서도 동성간의 관계를 인정했던 예가 존재한다.

동성애가 비정상적인 행위로 집단적으로 억압당하게 된 건 아주 근래의 일이다. ‘동성애’라는 용어 자체도 헝가리 정신의학자인 벤케르트에 의해 1869년에 고안되었다.

많은 의사들과 정신의학자들은 ‘비정상’인 동성애를 ‘정상’인 이성애로 돌려놓기 위해 수많은 노력들을 해왔다. 뇌수술을 감행한 이들도 있었고 동성애적인 감정을 느끼면 전기 충격을 가하는 혐오 요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것은 동성애가 이성애와 꼭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성적 지향의 하나임을 반증한다.

철학자 루소는 “자연계에서 자연스러운가 부자연스러운가의 논박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자연계에 존재한다는 그 자체가 바로 자연스럽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는 동성애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참 가당치도 않다.

엄연히 현실에 존재하는 동성애에 대해 찬반 토론을 해서 반대로 결론이 난다면 존재하는 모든 동성애자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나치의 해결책대로 수용소에서 죽어야 한단 말인가?

최근 동성애자인권연대는 회원이었던 어린 동성애자 한 명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그 죽음은 동성애가 비정상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만들어 낸 분명한 사회적 타살이다.

아직도 많은 동성애자들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견디지 못해 자기비하에 빠지거나 심지어 자살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 우주상의 어떤 생물이나 무생물의 운동도 어떤 한쪽으로의 방향성을 가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누구에게나 유독 이성애만을 강요하고 있다. 이렇듯 획일적으로 이성애만을 강요하는 사회가 진정으로 비정상적이다. 단지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죽음을 강요하는 이 사회가 진정으로 비정상적이다.

동성애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이성애로 바꿀 수 있었다면 주저할 필요도 없이 당장 바꿨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로 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동성애를 이성애로 바꾸라고 강요하는 비정상적인 사회에 굴복하는 게 아니라 동성애 억압 없는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고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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