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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차별 법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제7조 별표1 개별 심의 기준 : ‘수간을 묘사하거나 혼음, 근친상간, 동성애, 가학/피학성 음란증 등 변태성행위, 매춘행위 기타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

2003년 4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제7조 심의 기준에 있는 동성애 조항이 동성애자들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에게 삭제 권고를 내렸다.

동성애단체들을 비롯 시민, 인권단체들은 인권위 결정에 대해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것은 국가 기관이 처음으로 동성애를 ‘sex’의 기준이 아닌 ‘성적 지향’의 범주로 본 결과이거니와 엑스존(exzone.com)이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고시된 이후 동성애 단체들이 차별적 상황에 맞서 싸워왔던 성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동성애자들은 이 조항으로 인하여 차별을 받아 왔다. 차단 소프트웨어가 깔린 pc방에서는 동성애자인권단체 사이트조차 접속이 불가능했고,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논리 속에서 동성애 사이트들은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규정되고 있었다.

인권위의 다행스러운 이번 결정은 앞으로 동성애자들이 제도적, 법적 차별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사회 보수진영은 이번 결정을 못마땅하게 보았다. 2003년 4월 7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는 성명을 발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동성애를 ‘정상적인 성적 지향’으로 간주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동성애를 권장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동성애가 사회의 지탄 대상이 된 것은 가정 붕괴와 에이즈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 때문임을 상기해야 한다면서 인권위의 삭제 권고안을 강하게 비난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보수 기독교 언론인 〈국민일보〉도 동성애를 ‘죄악’으로 표현하기까지 하며 연일 매도했다.

가능성

얼마 후인 4월 25일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한 명이 6장의 유서를 남기고 사무실에서 세상을 마감했다. 갓 청소년기를 넘긴 그를 힘들게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6장의 유서에는 동성애자인권연대에 대한 기대와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세상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는 유서에서 동성애를 공격하는 것이 얼마나 반성경적이고 반인륜적인지 알아야한다면서 보수기독교단체들을 강력히 비난했고, 청소년 동성애자로서 이중의 굴레를 쓰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써내려 갔다.

그의 죽음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많다. 우선 청소년보호법으로 인하여 보호의 대상에 제외된 무수히 많은 청소년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고민을 나눌 공간조차 차단당한 채 막다른 골목에서 살아 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이 조항이 살아 있는 한 또 다른 동성애자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유고·필리핀·인도 등 전 세계 동성애자들을 비롯하여 인권사회단체·정당·개인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추모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이것은 해방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동성애자인권연대도 슬퍼하고만 있을 수 없어 113주년 노동절 행사에 참여해, 한 동성애자의 죽음이 체제가 강요한 ‘사회적 타살’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동성애 억압 없는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것을 최대한 알려 나갔다.

2백 명 이상의 추모객이 그의 추모제를 찾았다. ‘다함께’ 동지들을 비롯해 인권단체, 동성애단체 활동가 회원들이 참여함으로써 동성애자들과의 연대를 다짐했다.

싸움이 시작됐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인권위의 삭제 권고 이후 삭제 입장을 곧이어 발표했다. 하지만, 4월 29일 열린 ‘동성애,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이라는 토론회에서 그들은 보수적 입장을 버리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청소년은 한명도 없는 토론회였을 뿐더러 자살이라는 극단의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 동성애자의 현실을 외면한 수준 이하의 그들만의 토론이었다. 이 토론은 그들이 현재 보수진영의 눈치를 보며 동성애자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우리는 동성애 억압 없는 다른 세계를 원한다. 다른 세계를 만들기 위한 첫 출발은 ‘동성애 차별 조항 삭제’가 될 것이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상의 동성애 차별 조항의 ‘완전한’ 삭제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것은 동성애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동성애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연대가 필요하다. 바로 당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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