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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식 ‘친서민’ 의료 정책 ─ 의료비 23조 원 인상

‘영리병원 도입 1년이면 국내 의료비가 최대 23조 원 상승한다’는 연구보고서 내용이 공개됐다. 보건복지부가 의뢰해 보건산업진흥원이 연구한 결과다. 복지부는 이 문서를 2006년에 비공개로 묶어 뒀다. 복지부는 그동안 영리병원 허용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지난 10월 1일 추석을 이틀 앞두고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찬성’ 입장을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의료 정책’은 서민들의 의료비를 23조 원까지 폭등시킬 의료민영화 정책인 것이다.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과 더불어, 정부는 지난해 촛불운동 당시 전 국민적 반대로 막혔던 의료민영화 악법들을 올해 안에 처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개악 3종세트는 의료채권, 병원경영지원회사(MSO), 병원 인수합병이다.

10월 6일 출범한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정부는 경제 위기에 중소병원 도산을 막기 위해 병원들이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이라고 사기를 친다. 그러나 자산가치의 4배까지 발행할 수 있는 의료채권을 가장 많이 발행할 병원은 삼성, 아산과 같은 대형병원들이다. 그리고 중소병원이 채권을 발행하면 그 채권은 재벌기업들이 사들일 것이다. 결국 의료채권법은 병원 자본들이 채권시장에서 병원으로 돈놀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영리병원의 우회적 방법이다.

병원의 부대사업을 경영지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병원경영지원(MSO) 허용은 병원의 시설과 의료인력을 병원경영회사가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병원은 시설(의료장비)와 인력과 환자로 꽉 찬 공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시설장비와 의료인력을 맘대로 할 수 있는 회사를 병원의 별도 사업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병원 인력 관리를 해 주는 병원경영지원회사는 노조를 와해시키거나 인건비를 삭감하는 노사관리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할 것이고, 삼성같이 무노조 신화를 만들려 혈안이 될 것이다. 의료비 급증의 원인이기도 한 고가 의료장비는 더욱 많이 들여놓을 것이고, 이 비용은 국민들에게 과잉진료와 과잉검사로 전가될 것이다.

의료법개정안에 포함된 병원 간 규제없는 인수합병 허용은 노동자들의 해고와 안정된 고용에 심각한 문제를 낳을 것이다. 또한 이윤이 남지 않는 작은 소도시에서는 의료기관이 사라져갈 것이고 수도권 중심의 대형병원들로 집중되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돼 의료전달체계는 붕괴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악법 초고속 처리에 대한 저항운동도 본격화됐다. 그동안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각종 토론회와 캠페인, 그리고 1천만 인 서명운동, 제주 영리병원 반대 1박 2일 자전거 행진 등 전국을 누비며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어 왔던 사회운동단체들이 함께 모여 본격적으로 의료민영화 악법들을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79개의 노동, 농민,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은 10월 6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의료민영화 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을 결성하고,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해 본격적인 투쟁을 벌일 것을 알리는 출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에서 조경애 집행위원장은 “복지부마저 영리병원 허용을 찬성하고 나선 마당에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의지를 막을 힘은 국민들의 저항뿐”이며 지역대책위들과 함께 전국적 투쟁을 만들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지난 9월 복지부가 내놓은 의료민영화법인 ‘의료법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는 자그마치 1만 1천여 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팩스와 이메일로 복지부에 국민들 개개인들이 보낸 의견서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들의 항의 의견서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이런 국민들의 직접행동은 의료민영화에 대한 반대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에 맞서 결성된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은 아래로부터 운동의 불씨를 되살려 정부의 의료민영화에 맞설 강력한 대중운동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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