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 노무현의 나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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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통령이었더라도 파병안 통과시켰을 겁니다"
지난 5월 13일 고대에서 유시민 씨의 강연회가 있었다.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후, ‘정치 개혁’을 외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듯, 강연회장은 5백여 명의 학생과 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강연에서 그는 현재 한국 정치의 특징이 “불관용”이라고 주장하며, 올바르게도 이 나라 우익들의 위선과 냉전주의를 비난했다.
유명했던 의원 선서식 ‘복장 파동’을 언급하며 의원들의 권위주의를 폭로하는 대목에서는 청중들의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서로 다른 정치적 주장과 이견에 대한 관용의 정신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자(리버럴)”임을 강조했다.
볼 만했던 것은 청중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의미심장하게도 청중들은 다소 막연했던 ‘정치개혁’ 분야보다는 그가 말하는 ‘자유주의 개혁’의 구체적인 사회적 내용에 대해 주로 물었다.
한 방청객이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전 파병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화제에 올렸다. 유시민 씨의 대답은 의외로 솔직했다.
“제가 대통령이었더라도 파병안 통과시켰을 겁니다. … 부시에게 ‘형님, 형님’ 하면서 아부라도 해서 부시를 달래야 합니다. … 그렇게라도 해서 올 겨울에는 북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이것은 립서비스에 불과한 겁니다. 결국 전쟁 다 끝날 때 국회에서 통과돼서 전쟁 다 끝나고야 파병되지 않았습니까? … 정치라는 게 원래 다 그런 거예요. 현실을 무시하고 힘은 없으면서 (미국과) 붙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아부
마침 미국을 방문중이던 노무현은 유시민 씨가 말한대로 ‘형님, 형님’ 하는 식의 막 나가는 친미 행각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정말이지 낯 뜨거울 정도의 역겨운 “립서비스”를 아끼지 않았다. 결국 노무현이 얻은 것은 북한에 대한 “추가적 조치”를 명문화한 공동 성명이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것이 군사행동을 포함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 주민의 기아를 더욱 악화시킬 경제제재는 말할 것도 없다. 유시민 씨가 그렇게 자랑스럽게 말하는 ‘현실 정치’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민주노동당 당원임을 밝힌 한 학생이 김대중 정부가 초래한 지배적인 사회적 결과들(빈부격차 심화, 대규모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자 급증, 구속 노동자수 증가 등)을 예로 들며, 노동자 운동과 좌파의 투쟁을 옹호하자 그는 이에 맞서 김대중을 옹호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때 빈부격차가 커진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한 게 아니에요. … 김대중 일생을 통틀어 보면 그분만큼 잘한 분도 없어요. … 임기 중에 그만큼이라도 한 게 어딥니까? … 이제 김대중 욕 좀 그만합시다.”
심지어 그는 책임을 “김대중을 진작에 뽑아 주지 않은 국민들 탓”으로 돌리기까지 했다.
유시민 씨가 지적한 것처럼 이 나라의 기성 정치는 너무나 우익적이고 권위적이다. 유시민 씨의 ‘자유주의 개혁’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거는 것은 기성 정치의 권위주의적 유산에 대한 이러한 반감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유시민 씨가 옹호하고 있는 ‘자유주의 개혁’의 사회적 내용과 대중의 바람 사이에는 긴장이 존재한다. 고대 강연회 다음 날 있었던 부산 지역 토론회에서 유시민 씨는 “노심은 신당에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신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기대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무현은 〈조선일보〉와 부시에게 코드를 맞추고 있다. 그리고 유시민 씨는 노무현에게 코드를 맞추고 있다.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