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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장안:
진보 후보의 약진 뒤에 남는 일말의 아쉬움

나는 수원 장안에서 민주노동당 안동섭 후보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민주노동당 안동섭 후보는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는 진보 진영의 단일 후보였다. 안동섭 후보는 이라크 파병 반대 단식농성, 한미FTA 반대 활동, 쌍용차 투쟁 연대 등 이명박에 맞선 진보 후보로서 손색 없는 후보였다.

이번 선거에서 안동섭 후보는 7.17퍼센트(5,570표)를 획득했다. 특히 성균관대 학생 투표소에선 20퍼센트 이상을 득표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약 12퍼센트를 득표한 것에 비하면 낮지만 수원 장안이 이번 재보선 최대 격전지였고, 민주당과 후보단일화 압력이 거세 사표론이 크게 일었던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7% 이상 득표율을 기록하며 약진한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민중의 소리).

만약 안동섭 후보가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의 어처구니 없는 ‘중대 결심’의 논리에 따라 사퇴했다면 흔들림 없이 진보적 가치를 지지한 소중한 5천5백여 명의 지지자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유세기간 중에는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기권하려다가 안동섭 후보의 진보적 공약(무상급식, 무상의료, 복지확대 등)을 듣고 지지하겠다고 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이미진

“의료민영화만큼은 꼭 막아 달라”며 술집을 방문한 안동섭 후보를 연호하며 파이팅을 외친 사람, 선거운동원을 보고 음료수와 꽈배기를 사 주는 사람,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를 불러서 지지유세를 해서 지지자를 더 모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주부, 우유를 사 주며 힘내고 더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라고 격려하는 사람, 이명박의 오뎅쇼를 비꼬며 오뎅 먹고 힘 내라고 하는 사람, 지지 후보가 없다가도 선거운동원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지지를 결정하는 사람, 1번만 아니면 된다는 주민이 설명과 설득속에 지지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두 명의 한나라당 후보 대 민주노동당 후보의 대결이었다.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이찬열은 한나라당 도의원 출신이고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재공천을 받지 못하자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도 “당선하면 한나라당에 복당 신청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 후보 박찬숙은 ‘진정한 한나라당 후보는 박찬숙’이라며 선거유세를 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민주노동당 안동섭 선본은 민주당 후보가 ‘피는 파란색이 흐르는데, 겉옷만 녹색을 입은 사람’이라고 비판했고, ‘민주당이 이명박 정권을 심판할 자격이 없고, 이당 저당을 옮겨 다니는 사람은 믿을 수 없고, 지조있는 안동섭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는 10월 22일 ‘중대 발표’를 통해 안산 상록을에서 임종인 후보로의 단일화를 위해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정치적 결단"(사퇴)을 하겠다고 했다.

안동섭 선본은 안산 단일화 실패 후 투표 사흘을 앞둔 시점에서야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 열어 놓는다’는 방침을 포기했다. 더구나 투표를 하루 앞두고 “신분당선, 수원외곽순환북부도로 조기 착공”으로 홍보 현수막을 교체했는데 바로 옆에 나란히 걸려 있는 민주당 후보의 현수막(신분당선 유치)과 차별성을 느낄 수 없었다.

그 결과, 민주당 후보의 자격은 문제 삼지만 민주당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비정규직과 빈부격차를 확대시키며, 국가보안법을 통해 좌파를 탄압했고, 한나라당과 손을 잡고 이라크 파병, 한미FTA등 각종 개악을 추진했던 장본인이 바로 민주당의 지난 10년의 기록이라는 점)이 실종됐다.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희미”하게 만든 것이다.

이것은 안동섭 후보가 주장하는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며 진보진영의 단결과 승리를 위해 선거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지지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었다. 이들은 사표론에도 흔들리지 않고 동분서주했고 그 결과 1만 명의 지지자를 찾을 수 있었다.

또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쳐다보기도 싫고, 그렇다고 민주당은 내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는 것이었다.

안동섭 후보가 ‘이명박 독재 심판’ 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후보단일화에 대해 곁눈질 하지 않고 민주당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면,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면서도 ‘사표론’에 떠밀려 동요하던 유권자들을 더 확실히 결집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이번 선거는 진보진영의 단결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진보 진영은 안산 뿐 아니라 수원 장안에서도 단일 후보를 내세웠다. ‘민주대연합’이 아니라 ‘진보대연합’을 통해 반한나라당, 비민주당 세력을 결집해야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 반서민, 반민주 정책에 더 효과적으로 맞서 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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