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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여성, 노동자, 이슬람주의》:
서방의 관점도, 이란 정부의 관점도 아닌 민중의 눈으로 보기

《이란의 여성, 노동자, 이슬람주의》, 마르얌 포야 지음, 책갈피, 272쪽, 1만 2천 원

이란 하면 핵무기 보유를 위해 애쓰는 나라, 북한과 더불어 ‘악의 축’으로 규정된 나라, 이슬람을 믿는 광신도가 판치고 여성을 억압하는 나라, 전근대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나라 등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마르얌 포야의 《이란의 여성, 노동자, 이슬람주의》는 그것이 편견에 불과함을 알려 준다.

이 책은 주로 이란에서 여성의 처지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살펴본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말까지 이란 여성의 고용, 가부장제, 결혼, 교육, 보육 등의 변화를 추적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그런 변화를 단순히 묘사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이란 여성의 처지를 이슬람 종교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환원해 설명하는 뻔한 분석틀을 답습하고 있지도 않다. 그보다는 이란 여성의 처지 변화가 이란 사회 전반의 변화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또 이란 여성들은 평등을 위해 어떻게 저항해 왔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이란 사회와 여성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돕는다.

저자 마르얌 포야는 이란 출신 여성이다. 그녀는 팔레비 샤가 지배하던, 이란 역사상 가장 서구화한 시기도 경험했고, 1979년 혁명 때 다른 많은 이란인들과 함께 거리에서 투쟁을 하기도 했다. 또 이후 책을 쓰기 위해 이란을 수차례 방문해 조사했다.

그래서 저자는 이란 여성들의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많은 인터뷰와 취재, 자료 조사 등을 바탕으로 그들의 현실을 훌륭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란 출신 여성이 직접 발로 뛰고 현실과 부딪쳐 가며 만든 성과물이라는 점이 이 책을 돋보이게 한다.

그래서 《이란의 여성, 노동자, 이슬람주의》는 앞서 언급한 편견들과 다른 이란의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가장 서구화한 친미 정부 팔레비 때보다 이슬람 정부가 지배하는 지금, 여성의 성 의식이 더 높다. 이란에서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으로 여성 노동의 필요성이 늘면서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난 결과, 여성의 의식이 변했고 또 그들 자신이 평등을 위한 저항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올해 대선 이후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서 여성의 참여가 두드러진 것은 이런 변화가 반영된 것이다.

마르얌 포야는 이란 여성들의 처지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란을 악마화하는 서방의 관점, 또 이란 민중을 억압하는 이란 정부의 관점을 거부하고 이란의 진정한 민주주의와 여성 평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날카롭게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