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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디스트릭트 9〉은 〈슈퍼맨〉류의 ‘강한 남자’ 영화는 아니다

우원석 님의 영화 분석을 잘 읽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디스트릭트 9〉을 본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어서 지적하려고 한다.

우원석 님은 “주인공 비커스는 소심하고 허약한 남자인데, 영화 끝 무렵엔 외계인의 무기를 이용해 악당들과 싸우는 강한 남자로 변신한다. 이런 변신, 즉 소심, 허약, 결격 사유가 있는 남성이 수퍼 파워를 획득해 강한 남자로 거듭나는 것은 수많은 영화들에서 지겹도록 되풀이되는 낡은 모티브”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디스트릭트 9〉의 비커스는 강한 남자로 거듭나지 않는다. 그가 외계인의 무기를 이용한 것은 지극히 한시적이고, 자신의 안정적 가정을 파괴하려는 적들을 물리칠 뿐이지 단 한 번도 그의 소심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오히려 슈퍼맨과 같은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영화팬으로서는 중간중간 비커스의 ‘찌질함’에 짜증이 날 듯하다.

내가 보기에 비커스는 오히려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의 주인공 에드워드나 영화 〈스파이더맨〉의 스파이더맨처럼 작가가 설정한 한계 속에서 고민하고 때로는 ‘찌질하게’ 구는 최근 성향의 불완전한 영웅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강한 남자라는 ‘낡은 모티프’라기보다는 불완전한 영웅을 선호하는 지금의 분위기를 잘 반영한 것 같다.

나는 〈디스트릭트 9〉의 메타포 때문에 좀더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영화를 봤을 당시 일어났던 미누 씨 추방 사건에 대해 지인들에게 이야기하고 이주노동자 문제에 좀더 관심을 갖자고 이야기했다.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는 영화가 의미와 오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이 영화를 권하고 싶은데, 혹시 이런 영화를 〈슈퍼맨〉과 같이 ‘강한 남자’가 나오는 영화라고 생각해서 피하는 분이 있을까 싶어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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