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법을 폐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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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 국무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자유구역법안은 노무현 정부가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부임을 보여 준다.
그 법은 자유구역에 속한 기업한테는 막대한 특혜를, 노동·의료·환경·교육 부문에는 막대한 침해를 준다.
경제자유구역에 속한 기업은 첫 7년 동안 소득세와 법인세를 안 내도 되고 7년 동안은 감면 혜택을 받는다. 노무현 정권은 경제자유구역법을 통해 2007년까지 금융 투기 자본에 대한 모든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노동자들의 조건은 더욱 악화된다. 월차휴가는 없어지고 주휴·생리 휴가는 무급화된다. 기업이 장애인·고령자 의무 고용을 회피해도 되는 규정도 있고,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규정도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은 환경 파괴를 부추긴다. 환경 규제들이 완화되고 농지 조성비, 개발 부담금 같은 환경 관련 부담금도 면제된다.
교육불평등도 더 심해질 것이다. 교육기관 설립이 자유화되면 등록금이 비싼 외국인 학교가 마구 생겨날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법은 외국 의료 기관들 설립을 허용한다. 외국 의료 자본은 투자를 대가로 한국의 의료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의료비의 대폭 인상을 부를 것이다.
엄청난 특혜는 단지 해외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입주 기업의 요건에 따르면 이 법은 국내 기업의 대부분에 적용될 수 있다. 전체 주식의 10퍼센트 이상을 외국인이 소유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국내 상장 기업 주식의 35퍼센트 이상을 이미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다.
마낄라도라
일부 지역만의 문제도 아니다. 작년 11월 국회에서 통과된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이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신청하면 재경부 장관의 심의를 통해 어느 지역이든 지정될 수 있다. 이미 노무현 정부는 전국을 경제특구화하겠다고 밝혔다.
얼마 전에는 울산시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신청했다. 노무현 정부나 기업주들은 노조가 강력한 곳이니만큼 이 소식에 쾌재를 불렀을 법하다.
대표적인 경제자유구역인 멕시코의 마낄라도라는 경제자유구역법을 왜 폐기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한동안 마낄라도라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찬양지였다. 멕시코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정해진 마낄라도라는 멕시코 경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마낄라도라의 수출은 1990년부터 1997년까지 해마다 17∼20퍼센트 늘었다. 2000년 마낄라도라는 모든 수출의 47퍼센트를 생산하고 또 제조업 수출의 54퍼센트를 차지했다. 그러나 마낄라도라는 갈수록 미국 경제에 더 의존했고 미국 경제의 불황에 직접적 타격을 받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마낄라도라 지역의 노동자들은 전혀 이득을 누리지 못했다. 예를 들어 마낄라도라 노동자들의 임금은 다른 지역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훨씬 더 낮았다.
마낄라도라가 낳은 문제는 임금과 노동 조건이라는 쟁점을 넘어섰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국경선의 땅과 강, 공기는 탁하고 사람들은 아주 쇠약해 보였다.…마을과 도시의 기금은 바닥나 있고 매일 처리되는 하수는 35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국경선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12퍼센트 정도는 깨끗한 물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거의 3분의 1 정도는 하수 시스템의 혜택을 받지도 못한다.”
김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