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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아시아에서 미국 패권의 한계만 배타적으로 강조해서는 안 돼

오바마 시대 미국 제국주의가 아시아에서 직면한 어려움을 지적한 〈레프트21〉 19호 ‘미국 패권의 한계를 보여 준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 기사는 매우 유용했다. 나는 미국이 중동 전쟁 실패로 다른 지역 개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아시아에서 열강 간 경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이 글의 논조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누구도 … 미국의 개입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는 문구에 대해서는 명확히 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문제는 “누구도”가 누구를 지칭하느냐다. 만약 중국, 일본, 러시아를 지칭하는 것이라면 조건부(특히 일본의 경우엔 매우 강한 조건 ― 일본이 지금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벗어나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생각하긴 이르다 ― 을 달아)로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이번 글의 화두가 됐던 오바마가 접촉한 온갖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예컨대, 최근 싱가포르 전 총리이자 여전한 막후 실력자인 리덩후이는 “요즘 중국이 너무 설치고 있다. 미국이 나서서 뭔가 해야 한다” 하고 말했다. 이것은 사실 중국에 인접한 상당수 나라들의 공통된 정서를 표현한 것이다.

상당수의 타이완 엘리트들은 중국에 일방적으로 흡수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의 지배자들은 중국이 남중국해를 통제해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해상 무역 통로가 볼모로 잡히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예컨대, 베트남은 중국과 분쟁 중인 서샤 군도 석유 개발에 미국 석유회사를 끌어들였고, 필리핀도 중국과 분쟁 중인 난샤 군도를 필리핀 영토로 규정하는 법을 통과시키고 미국과 군사 협력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이 여전히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구실을 하기를 바란다. 이들이 중국과 미국의 전쟁을 바라고 의도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크고 작은 ‘도발’은 미래에 강대국 간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불씨를 안고 있다.

나의 주장은 앞으로 이 지역에서 강대국 간 갈등이 더 격해질 수 있다는 정병호 기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보충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주로 아시아에서 미국 패권의 한계를 배타적으로 강조한 정병호 기자의 논조와는 약간 차이가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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