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91퍼센트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노조 설립안을 통과시켰다. 2000년 노조결성을 추진하다 각 구단의 사장들로 이뤄진 KBO의 방해로 무산된 후 9년만에 결실한 것이다. 노조설립에 진보신당, 민주당, 민주노총도 지지를 밝혔다.
그러나 KBO는 선수와 구단의 관계를 노사관계로 볼 수 없고, 그 동안 선수들이 자영업자로서 특혜를 받아왔다며 노조 설립을 불허했다. 또 구단주들은 일부 1군 선수들이 억대연봉의 자산가들이라며, ‘귀족노조’ 비난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계약 외 기간 활동을 강요받고 사적인 생활까지 간섭 받아 왔다. 20~30대 전성기에 ‘반짝’ 버는 운동선수의 직업적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 또한 야구가 매년 모기업에 7백억 원을 안겨주는 엄청난 마케팅 수단임에도 선수들은 그에 비해 ‘콩고물’만을 받으며 착취당해 왔다. 게다가 노조가 제시한 11가지의 요구사항은 대부분이 2군 선수들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1군만을 바라보며 훈련하는 2군 선수들은 연봉 2천만 원을 받으며 전국 여관방을 전전하고 있고, 한 여름 땡볕야구는 물론 공기밥 하나 더 먹을 때도 눈치 보는 신세다.
구단주들은 구단이 매년 2백억 원 가까운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하지만 적자의 핵심적 이유는 서울시의 과다한 야구장 대여료와 KBO의 중계권료 독점이다. 서울시가 야구장 사용료를 쥐고 시민구장 건설을 불허하고 있다. 또한 구단주와 기업인 출신 들로 이루어진 KBO는 야구중계로 벌어들인 수입을 해당 구단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나눠 먹고 있다. 즉, 재주는 선수들이 넘고, 돈은 KBO가 챙기는 것이다!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받아야 할 포상금을 KBO가 나눠 먹었다는 의혹까지 있다. 게다가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경제 효과는 2천억 원이 넘는다는 보고서가 즐비하다. 30년이 다 되도록 적자를 감당하며 팀을 유지하는 미친 자본가는 없을 것이다.
야구선수들의 노조 설립은 정당한 권리다. 야구팬이라면 선수들의 경기 성과가 몇몇 자본가 손에 더 많이 들어가지 않도록 선수노조의 설립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