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민주당과 독립적으로 MB 공세에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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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촛불항쟁의 불길에 크게 댄 이명박 정부는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올해를 시작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 경제 위기 고통을 전가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지켜 달라는 재벌과 부자들의 요구는 강력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올 초부터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법 개악을 추진했고 대졸 초임 삭감을 감행했다. 한나라당 대표 박희태는 “문제는 속도전이고 전광석화와 같이 착수하고 질풍노도처럼 몰아붙여야 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래서 새해 벽두인 1월 20일 새벽 용산에서 불기둥이 솟아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촉발한 강력한 저항은 경찰청장 내정자 김석기를 사퇴시켰다.
상반기에 노동자와 피억압 민중의 자신감은 서서히 높아지고 있었다. 그것은 4월 울산 재보선에서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의 당선과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 단일 후보인 김상곤 후보의 당선에서 드러났다.
이 상황에서 노무현 자살과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의 자결 등은 저항의 불씨가 됐다. 박종태 열사는 유서에서 “반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죽음을 강요하거나 고분고분 노예로 살라고 [한다]”고 이명박 정부를 폭로했고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대접 받[자]”고 투쟁을 선동했다. 노무현 죽음은 이명박 정부 아래 팍팍해지는 삶에 고통스러워 하던 대중이 분노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 당시 분노의 열기는 시청광장에 10만여 명이 모인 6·10 대회에서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교수, 학생, 종교계, 문화계로 시국선언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갔다.
하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이명박은 7월 말에 언론악법 날치기를 감행했다. 그리고 곧바로 쌍용차 살인 진압을 시작했다. 억압적 국가기구들의 힘과 신경이 쌍용차로 집중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승리할 순 없었지만 영웅적인 저항은 큰 파장을 남겼다.
이 모든 과정에서 민주당은 전혀 일관되게 이명박과 맞서지 않았다. 용산 참사 항의 투쟁이 언론악법 저지 투쟁과 연결되던 3월 2일에 민주당은 ‘언론법을 1백 일 후 표결 처리한다’며 한나라당과 야합해 버렸다. 6·10 이후에도 곧바로 한나라당과 물밑협상을 시작한 민주당은 노무현 49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등원했고, 한나라당과 사이좋게 레바논 파병 연장안을 통과시켰다. 7월 22일 한나라당의 언론악법 날치기 때도 민주당은 어정쩡하고 아리송한 태도를 취했다. 쌍용차 파업 때도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함께 중재단을 구성해 노조에 양보 압력만 넣었다.
밀린 숙제하듯
10월 재보선을 전후해서 친서민 중도 가면을 벗어버린 이명박 정부는 현재 세종시, 4대강, 예산안, 복수노조·전임자 임금, 아프가니스탄 파병, 공기업 선진화와 단협해지 등 동시다발적 개악 추진에 나서고 있다. 이것은 이명박이 자신감이 높아져서도 지지 기반이 탄탄해져서도 아니다. 밀려 있는 과제의 중압감 때문이다. 이명박은 올해 초부터 추진했던 비정규직법·최저임금법 개악이나 온갖 MB악법들 중 언론악법을 제외하곤 무엇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상태다. 밀린 숙제하듯 밀어붙이는 개악들은 현재 곳곳에서 충돌을 낳고 있다.
더구나 현재 경기부양의 거품 위에 지탱하는 한국 경제의 상황은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거품을 키우기 위해 돈을 쏟아 붓다가 생긴 막대한 재정적자다. 한국 경제는 이 상황에서 오도 가도 못 하고 있다. 출구전략을 선택해 증세나 지출 삭감으로 재정적자를 통제하다가는 경기 침체가 올 수 있고, 반면 재정적자를 방치하면 저성장·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판이다.
이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내년에 부자 감세와 4대강 삽질을 계속하면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격을 더 강화할 것이다. 물론 고통전가에 맞서려는 사람들의 손발을 묶어 두기 위해 민주주의도 공격할 것이다. 비정규직법 개악, 정리해고 유연화 개악 등과 함께 어마어마한 재정적자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기 위한 공공부문 구조조정(민영화, 임금 동결, 인원 감축)이 계속될 것이다. 이 모든 공격들은 강력한 저항과 격렬한 충돌을 낳을 것이고, 이 때문에 ‘제2의 용산’, ‘제2의 쌍용차’같은 일들은 더 많아질 수 있다.
이때마다 민주당은 일단 처음에는 반대하는 듯한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일관되게 이런 입장을 유지할 수 없다. 최근 민주당은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반대하는 당론을 정하고는 파병 반대 결의안에 불참하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이명박과 대결에서 민주당과의 동맹이 아니라 대중투쟁 건설에 중점을 둬야 한다. 대중투쟁 속에서 이명박의 반민주적 정책에 맞서는 투쟁과 고통전가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을 결합시켜야 한다.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싫지만 민주당도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결집할 수 있는 진보진영의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