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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전 국회의원 말랄라이 조야 인터뷰:
“더 많은 군대는 더 많은 갈등과 전쟁을 부를 것”

말랄라이 조야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용감한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점령뿐 아니라 미국이 후원하는 부패한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와 탈레반 주도 저항 세력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조야는 2005년 아프가니스탄 총선에서 파라주(州) 국회의원으로 당선했지만, 몇 년 뒤 다른 국회의원들이 그녀에게 모욕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권한이 정지됐다. 그녀는 여러 차례 목숨을 위협 받으면서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전쟁 범죄와 군벌 통치에 반대했다.

조야는 자신의 책 《군벌들 속의 여성: 당당히 목소리를 높이는 한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특별한 이야기》가 출간된 기념으로 미국 곳곳에서 연설을 했다. 미국 루처대 교수 디파 쿠르마가 그녀를 인터뷰했다.

말랄라이 조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점령과 거기에 부역하는 꼭두각시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습니까? 미국의 주장처럼, 그들이 아프가니스탄 여성을 해방시켰나요?

우선 말하고 싶은 것은, 9·11 이후 미국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삶이 더 나빠졌다는 것입니다. 비유컨대, 그 전까지 우리가 프라이팬 위에 있었다면 전쟁 이후엔 불 속으로 던져진 셈입니다. 지난 8년 동안 미국은 여성의 권리와 인권의 이름으로 우리 나라를 점령했고, 아프가니스탄인 수백만 명은 부정, 부패, 치안 불안, 실업, 빈곤 속에 고통 받았습니다.

특히 여성들의 고통은 더 극심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지난 8년은 탈레반이 권력을 잡고 있던 시절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뒤 미국은 ‘북부동맹’이라 불리는, 여성을 혐오하는 군벌들을 권좌에 앉혔습니다. 탈레반과 다를 바 없는 이들은 이미 1992년과 1996년 사이 권력을 잡았었고, 당시 여성의 권리와 인권을 공격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미국의 도움을 얻어 양복을 차려입고 다시 권력을 잡은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삶은 전보다 더 나빠졌습니다. 카불이나 마자리, 샤리프, 헤라트 같은 대도시에 사는 일부 여성들이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얻기도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의 주들에서 여성들은 정말 지옥 같은 상황에서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의 목숨은 새 한 마리의 목숨과 다르지 않습니다. 심지어 대도시에서도 여성들은 치안 불안 때문에 대부분 부르카를 씁니다. 저는 부르카가 여성 천대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안전을 위해 그것을 착용해야 합니다. 그 역겨운 부르카가 오늘날 여성의 생명을 보호해 주는 역설적인 상황인 것이죠.

지난 8년 동안 우리 나라 여성들은 1960년대와 1970년대, 1980년대에 누렸던 아주 제한적인 권리조차 다시 얻지 못했습니다. 당시엔 그래도 여성들이 어떤 종류의 옷이든 골라 입을 수 있었고 일할 곳이 있었으며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습니다. 또 납치나 강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권력을 잡은 군벌들이 여성의 권리를 공격했고 탈레반은 그것을 지속한 것입니다. 미국은 그 군벌들을 다시 복권시켰고, 탈레반이 권력을 잡고 있던 시절과 다른 점은 오직 이 모든 범죄들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지금 권력을 잡고 있는, 여성을 혐오하는 군벌들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셀 수 없이 많은 강간, 여성에 대한 폭력, 가정폭력, 자살 등을 감추고 있습니다.

최근 하미드 카르자이가 재선한 아프가니스탄 대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또 카르자이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압둘라 압둘라는 어떤 사람입니까?

이번 아프가니스탄 대선은 미국 정부가 기획한 한 편의 쇼였습니다. 선거를 참관한 국제기구 인사들은 광범한 부정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른바 독립선거관리위원회는 약 1백30만 표가 부정표라고 했지만 실제는 그보다 더 많습니다.

선거가 한 나라의 민주주의를 보여 주는 척도라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지난 8년 동안 민주주의는 거듭거듭 배신당했습니다.

압둘라는 군벌들이 내세운 주요 후보인데, 군벌들이 권력을 잡았던 1992년과 1996년 사이 그의 행적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인들은 그를 전범으로 여깁니다. 하미드 카르자이가 대통령이었을 때 압둘라는 의회에서 일했습니다. 카르자이는 압둘라 같은 인물들, 또 오늘날 아프가니스탄 곳곳을 장악하고 있는 다른 많은 군벌들과 타협했습니다. 그들 중 누구도 오늘날 평범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평범한 미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군벌과 마약상, 부패한 관료, 점령군의 비호 아래 치러진 아프가니스탄 대선은 어떤 정당성도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원래 있던 당나귀가 새 안장을 달고 돌아왔다고 말합니다. 옛 속담 그대로, “관건은 누가 투표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개표하는가” 입니다.

오바마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약 3만 명을 증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증파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더 많은 군대는 더 많은 갈등과 전쟁을 부를 것입니다. 오바마의 아프가니스탄 정책은 전임자 부시와 매우 유사합니다. 부시는 전범입니다. 오바마는 이제 온건한 탈레반을 구슬려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참여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건한 탈레반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탈레반을 정부에 참여시키려고 이 테러리스트들에게 부드러운 가면을 씌워 주고 있습니다..

저는 평범한 미국인들이 민주주의는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전쟁을 통해 획득될 수 없다는 우리의 주장에 동의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바마는 평범한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결코 정직하지 않습니다.

먼저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사과하고 전임자 부시를 국제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 합니다. 또 군벌을 무장시키고 탈레반과 협상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오바마가 지원해야 할 사람들은 이들입니다. 만약 오바마가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정직하고자 한다면, 오바마와 UN은 탈레반과 군벌들을 지원하는 이란, 파키스탄, 러시아 같은 나라들과 함께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식을 잃은 미국인 가족들에게 아프가니스탄인들을 대표해 조의를 표합니다. 동시에 저는 여러분들이 미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반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를 강력히 희망합니다. 미국 병사들은 미국 정부 정책의 희생자들입니다. 미국은 비민주적이고 부패한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지원하느라 평범한 미국인들의 세금을 낭비하고 무고한 젊은이들의 목숨을 내바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점령에 맞선 저항 세력들은 어떻습니까?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에는 크게 두 가지 형태의 저항 세력이 있습니다. 하나는 평범한 민주적 시민들이고, 다른 하나는 탈레반입니다. 평범한 아프가니스탄인 대다수는 탈레반을 싫어합니다. 따라서 탈레반의 저항은 민중의 저항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많은 주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저항해 왔습니다. 그들은 점령과 카르자이 정부 모두에 맞서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 5월 파라 주에서 점령군의 폭격으로 여성과 아이들 약 1백50명이 죽고 난 뒤, 여러 주에서 학생 수천 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희생자들에게 연대를 표하고 그들의 죽음에 항의했습니다. 이 밖에도 학생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점령에 저항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들은 많습니다. 특히 대도시에서 이런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카불 등 몇몇 주에서 사람들은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항이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닙니다. 왜일까요? 사람들은 전쟁에 지쳤고 군벌들과 탈레반을 혐오합니다. 그러나 8년 전에 비하면 저항은 확실히 성장했습니다. 사람들은 전쟁 범죄에 맞서 행동하고 있고, 시간이 흐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저항에 동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곳곳에서 연설을 하며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요?

저의 연설을 들으러 오신 분들에게서 많은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언론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합니다. 이라크 전쟁은 나쁜 전쟁이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선한 전쟁이라는 것이 그들이 언론을 통해 접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실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들으면, 일부는 울기도 하고 또 일부는 저에게 다가와 포옹을 하며 지지를 표하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미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저번에 왔을 때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을 만났습니다. 그들도 저를 포옹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떤 분들은 저를 비롯한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미국 정부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사과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저는 그들에게 대답합니다. 그것은 미국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미국 정부야말로 자신들의 전쟁 범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이죠.

저는 이곳에서 삶을 즐기고 있는 몇몇 부유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점령을 지지하고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민주주의와 자유를 가져다 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틀렸습니다. 그들은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또 몇몇 부패한 NGO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신들이 맺은 계약과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것을 원치 않기에 점령을 지지합니다. 그러나 제가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처지를 공감했습니다.

제가 민주적인 미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이 여러분의 정부와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지지할 수 있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다음 네 가지를 시행하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점령을 당장 중단할 것. 이것은 ‘테러와의 전쟁’이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들을 상대로 한 전쟁입니다. 둘째,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사과하고 전임자 부시를 국제 전범 재판에 회부할 것. 셋째, 군벌들을 무장시키고 탈레반과 협상하는 것을 중단할 것. 넷째, 탈레반을 지원하는 이란, 파키스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이 지원을 중단하게 만들 것.

부디 여러분의 정부에게 압력을 행사해 민주적인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지원해 주길 바랍니다.

출처 미국의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 번역 조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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