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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 투표 부결:
조합원들이 ‘실리ㆍ타협주의’를 거부하고 민주노총을 선택하다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투표가 부결됐다. 조합원들은 공사와 노조가 탈퇴를 종용하며 온갖 협박과 회유를 했는데도 민주노총에 남기를 선택했다.

이번 찬반투표는 사측의 개입이 극심했다.

보통 연말까지 쓰는 다과회비를 찬반투표 전날까지 쓰라는 사장의 지시 아래 관리자들이 때 아닌 송년회를 잡더니 조합원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설득했다.

온갖 루머도 난무했다. 성과급을 민주노총 탈퇴가 되지 않을 시는 1백40퍼센트, 탈퇴 시는 1백97퍼센트 준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양 회자됐다. 감사실이 민주노총 탈퇴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지회 소식지를 문제 삼아 지회장에게 출두명령서를 보내는 일도 벌어졌다.

노동조합 정연수 집행부도 비민주적인 행태들을 저질렀다. 선관위는 선거기간에 웹사이트 게시판을 폐쇄했다.

그리고 민주노총 탈퇴와 임단협 승인 반대 의견을 담은 대의원 소식지를 발행인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법유인물’라며 회수해 폐기처분하고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했다.

기술지부 사무국장은 투표 전날 지회장들에게 “민주노총 가결 시 전 직원에게 핸드폰 요금 지원함”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치졸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이번 투표가 “과반수에 4.6퍼센트 미달”됐을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깎아내리려 하지만 이런 탄압 속에서 10퍼센트에 달하는 차이로 조합원이 민주노총을 선택한 것은 “전투적 노동운동”을 버리고 “실리”를 선택해야 살 수 있다는 정연수 집행부의 ‘새로운 노동운동’을 반대한 조합원들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 이명박 자신이 이번 민주노총 탈퇴 부결의 가장 큰 이유를 제공했다.

정연수 위원장도 이야기하듯 “최근 공기업, 공무원 노조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정책에 대하여 조합원들이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민주노총을 탈퇴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노조의 선동이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명박이 ‘공기업 선진화’로 계속 공기업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탈퇴는 구조조정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투쟁조차 포기한다는 것으로 비춰졌다.

더구나 민주노총을 탈퇴한 인천지하철노조에서 민주파 지도부가 다시 뽑히고, KT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서 구조조정을 막으려면 민주노총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민주노총 탈퇴는 막았지만 집행부 신임이 함께 걸려 있던 임단협 잠정 합의안은 73퍼센트로 추인됐다. 임단협 안이 민주노총 탈퇴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몇 가지 양보를 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전 민주파 집행부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연수 위원장은 벌써부터 “내년 중에 민주노총 탈퇴를 재시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계속되는 민주노총 탈퇴 시도와 구조조정 압력을 막아내려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탄압 속에서도 차량지부가 민주노총 탈퇴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고, 활동가들은 용기 있게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했다.

이번 투표를 통해 자신감을 어느 정도 회복한 활동가들은 투표 과정에서 발휘한 노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실천해야만 조합원의 신뢰를 진정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명박의 ‘공기업 선진화’에 맞선 공공부문 투쟁에 연대를 건설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노조법 개악, 4대강 예산 강행 등 이명박의 반서민 정책들을 폭로하고 작은 행동이라도 동참할 수 있도록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활동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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