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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아바타〉:
반전과 친환경을 담은 보기 드문 블록버스터 영화

제임스 카메론 감독, 162분

〈아바타〉는 ‘하마터면’ 명작이 될 뻔한 괜찮은 반전·친환경 영화다.

언론에서 떠들어 댄 것처럼 이 영화의 기술적 성취는 실제로 대단하다.

한 행성의 자연환경을 상상력을 통해 완벽하게 창조해 낸 것은 대단한 성취임에 틀림없다.

또, 지구에서 파병된 미 해병이 나비족의 주거지를 파괴하는 장면은 베트남 반전 영화인 〈지옥의 묵시록〉에서 미 해병 헬리콥터가 베트남인들의 주거지를 폭격하는 장면에 버금갈 만한 (가슴 아픈) 장관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보기 드문 정치적 대담함이다.

〈아바타〉는 판도라에 파견된 미 해병들이 기업 이윤을 위한 용병에 불과하다고 밝히는 주인공의 독백으로 시작해, 이 ‘은하 제국주의’ 군대가 저항에 무릎을 꿇고 처량하게 철군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나는 관객 중 소수가 ‘헉’ 하고 경악의 한숨을 내쉬는 것을 들었다 - 이 영화의 급진적 메시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다).

막대한 제작비(제작비 2억 5천만 달러, 홍보비 2억 5천만 달러)를 들인 영화에 이런 내용이 담길 수 있었던 것은 부시를 혐오하는 것으로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뚝심과 때때로 대중의 분위기(이 경우에는 부시와 네오콘이 시작한 전쟁에 대한 혐오감)에 편승해 돈을 벌려는 할리우드 영화사의 기회주의가 공교롭게 결합됐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 영화가 아쉽게도 진정한 명작이 될 수 없는 것은 극의 구조가 예술적으로 도전적이기보다는 다소 나태한 기존 할리우드 영화의 틀을 고스란히 따왔기 때문이다.

〈아바타〉의 ‘악당’ 중에는 민주주의나 문명 간 교류를 들먹이며 전쟁의 진정한 목적을 숨기려 하는 부시 시대의 이데올로그들이나 오바마 같은 ‘여우’가 없다.

‘좋은 편’인 나비족이 사는 세계는 완벽하게 평등하고 자연과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어 후세인이나 탈레반 같은 존재나, 심각한 내부 갈등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주인공과 관객이 누구와 일체감을 느껴야 할지는 설득의 과정이 아니라 이분법적 구도 속에 미리 정해져 있다.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아바타〉는 3D 안경을 끼고 대형 상영관을 꽉 채운 수백 명의 관객들과 함께 손에 땀을 쥐고 억압 받는 사람들의 저항의 승리와 제국주의 군대의 패배의 순간을 지켜볼 수 있는 진귀한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