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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멀스멀 ’교육시장화’로 이어질 ‘교원 지방직화’

노무현 정부가 ‘지방분권’을 선언하면서 교원의 지방직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문제는 지난해 지방이양추진위원회의 주요 이양 과제였다가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의 저항으로 중단되었다.

2003년 3월 19일 지방이양추진위 행정분과위원회는 14개 사무 중 하나였던 ‘교원임용사무’의 지방 이양을 몇 분 만에 통과시켰다. 이어 6월 4일 실무위원회에서는 참고인으로 참여한 교원단체와 교육부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양을 통과시켰다. 이양 결정은 ‘3심제’를 거친다. 6월 25일 본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이양이 최종 확정된다. 이후 관계법령의 정비만 남게 된다.

규제개혁위원회, 지방이양추진위원회,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등 일련의 이양과 관련된 정부기구들은 탈규제-민영화라는 신자유주의 개혁을 충실히 집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공공부문의 지방화는 ‘시장화’로 가는 예정된 수순에 불과하다.

대부분 행정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지방이양추진위원들이 지방 이양을 추진하는 판단 근거는 ‘효율성’이다. 시장론자들이 ‘탈규제’를 주장하기 위해 주요 논거로 제시하는 ‘효율성’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교원 임용을 중앙정부에서 담당하는 것보다는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이 더 ‘신속’하기 때문에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단지 ‘행정 간소화’를 위해 하루 아침에 교원의 신분을 ‘국가공무원’에서 ‘지방공무원’으로 바꾸려 하는가?

교원의 신분을 지방직화하려는 의도가 무엇일까? 교원의 지방직화는 이전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연속선상에 있으며, 오히려 더욱 강력한 시장화를 끌어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관료 통제를 지방에 위임하고 국가는 ‘잘한 놈 떡 하나 더 주는 식’으로 ‘작은 예산’과 ‘평가권’을 가지고 지방간, 학교간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교원 지방직화의 본질이다. 신자유주의 정부는 책임에 있어서는 ‘작은 정부’지만 통제에 있어서는 ‘강한 정부’다.

교원의 지방직화는 지방정부가 교원 임용의 주체로서 교원들의 보수, 근무조건 등 신분에 관한 모든 권한을 쥐게 된다. 재정이 취약한 지방정부의 경우(현재 우리 나라 지방 재정자립도는 50퍼센트대에 불과하다. 도 단위는 40퍼센트대다.)는 살빼기에 나설 수밖에 없으며 결국 농어촌 학교 통폐합이 가속화되고 교사 노동 유연화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지방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지방분권화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교육환경이 좋은 대도시로 집중되는 현상을 낳는다. 이미 시장적 분권화가 시작된 영·미는 지역간 교원임금 격차, 교육환경 격차 등 지역간 교육불평등이 구조화되어 가고 있다.

영국, 뉴질랜드, 호주, 미국, 스웨덴 등에서 진행된 분권화의 공통된 방향은 시장 메커니즘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 책임을 ‘지방’, 나아가 ‘단위학교’에 이양하고 정부는 지방간, 학교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평가 통제를 일반화하고 있다.

영국은 1989년부터 전국학력평가를 실시하여 매년 7월 주요 일간지와 교육전문지에 일등부터 꼴찌까지 학교 순위를 공개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이를 기초로 학교를 선택한다. 미국은 등록된 학생 수를 기초로 학교에 운영비를 지급하는 바우처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학생들을 모집하지 못한 학교는 엄청난 어려움을 겪거나 폐교를 해야 한다. 호주는 보수당 정부가 공적 책임을 사적으로 옮기는 시장화 정책을 편 결과, 70퍼센트의 공립학교가 30퍼센트의 정부 지원을 받게 되었고, 뉴질랜드도 선택권을 준다는 개혁으로 마오리족과 태평양 섬 지역 학교에서 백인 학생들이 빠져나가 교육의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한다.

이러한 분권화, 시장화 흐름은 교원들의 거센 저항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에서 가장 큰 교원노조인 NUT[National Union of Teachers ― 전국교원노조]는 학력평가에 대한 전면 거부 선언을 하고 학력평가로 인해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우려’와 무리한 시험목표로 인한 ‘교사들의 압박감’이나 ‘교육과정의 종속’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미 프랑스 교원들은 중앙정부의 교육 지방분권화에 대항해 새 학기가 시작한 후 네번째 전국 파업에 돌입했다.

우리 나라도 2000년 ‘7차교육과정’시행과 더불어 전국단위 ‘평가’ 시스템 도입을 전면화했다. 고3에서 초등3학년까지 전국단위 일제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일제평가에 대한 ‘전교조’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초4 일제평가 도입을 다시 발표했다. 이러한 일제평가는 학교와 학생서열화를 통해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가 책임성의 방향은 ‘평가’를 통해 지방과 단위학교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2002년 지방이양추진위원회 행정분과위원들은 교원의 지방직화를 놓고 이렇게 말했다.

“지역간 차등화를 드러내 경쟁을 부추기고, 이로써 교육성취도를 높인다는 방식으로 교육원 임용권을 지방에 이양한다.”

지방이양추진위원들의 시장 효율성에 대한 맹신은 결국 교육의 공공성을 낡은 사고로 치부하고 교육의 사회적 역할인 사회 평등에의 기여, 사회적 책무성을 갖춘 인간 성장을 방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