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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노숙인 추모제' 폭력침탈, 강제연행 규탄한다

매년 동짓날이면 고단한 삶을 살다 거리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 노숙인들을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는 이 추모제가 지난 12월 22일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노숙인 모임과 노숙인 지원 단체 8개가 모인 노숙인 추모제 공동기획단이 ‘2009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를 주최했고 혹심한 추위 속에서도 1백50여 명이 참가했다.

추모제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난데없이 경찰병력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가난 속에서 병들고 지친 마음으로 거리를 떠돌다 죽어 간 동료 노숙인을 추모하는 숙연한 자리를 경찰은 불법집회라며, 해산 경고 방송을 하고 참가자들을 위협했다. 급기야 추모제 장에 난입한 경찰들은 추모 만장 등 추모물품을 부수기 시작했고, 병력을 밀어붙여 12명(노숙인 5명, 활동가 6명, 시민 1명)을 강제연행해 갔다.

경찰이 휩쓸고 가 아수라장이 된 자리에서 모두 참담함에 망연자실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와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몇몇 참가자들은 연행자들을 태운 경찰 차량의 이동을 막으려고 도로에 뛰어들기도 했고, 또 다른 이들은 추모제 시설물을 압수하겠다는 경찰을 향해 울분을 토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틀 뒤, 노숙인 추모제를 폭력침탈하고 참가자들을 강제연행한 남대문 경찰서 간부들과 면담을 하게 됐다. 사태에 대한 해명과 사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우리에게 경찰은, “순수한 목적”의 추모제가 아닌 “미신고 야간집회”였다며 “적법한 법 집행”이었다고 뻔뻔스럽게 말했다. 또 “거리에서 죽을 수 없다. 노숙인 인권 보장하라”는 발언 내용과 “노숙인의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만장 등 경찰이 기록하고 압수한 증거물이 추모제를 불법집회로 간주한 이유였다고 말했다. 팻말 같은 시위물품은 없었지만, 촛불도 시위물품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백 번 양보해 추모제가 집회였다고 할지라도, 아무런 위해도 가할 의도가 없는 사람들을 그토록 폭력적으로 진압한 것은 ‘공권력’ 남용이다.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나왔고, 야간집회 참가자가 무죄 판결을 받는 상황에서 추모제 참가자들을 강제연행한 것은 과도한 법 집행이 분명하다.

12월 30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노숙인 추모제 폭력침탈, 강제연행 경찰규탄대회’ 참가자들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짓밟히고 사장된 민주주의에 조의를 표했다.

가난하게 살다가 죽어 간 이들에 대해 슬픔조차 나눌 수 없는 이 땅에서, 성탄 사면으로 축배를 들고 있을 자들을 생각하면 연초부터 마음이 더욱 휑하기만 하다. 이명박을 증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