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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잡’은 ‘신종 비정규직’이 될 공산이 크다

여성부가 이른바 ‘일·가정 양립’을 위해 유연근무제(‘퍼플잡’)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성부도 인정하듯이, 한국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54.7퍼센트)이 OECD 최하위인 터키, 멕시코보다 조금 높아 최하위권이고, OECD 국가들 중 출산연령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도 유난히 두드러진다.

한국 정부는 여성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육아 문제를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일과 가정 양립’ 정책을 표방해 왔다. 정부가 이번에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을 방문해 퍼플잡을 설명하고 있는 백희영 여성부 장관 ‘신종 비정규직’이 될 ‘퍼플잡’보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투자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이래로 ‘일·가정 양립’을 외치는 동안에도 한국 정부는 실제로 여성들이 아이를 기르면서 일할 수 있을 정도로 투자하는 데는 늘 인색했다. 그 결과, 0~5세 아동 중 30퍼센트만이 보육시설을 이용한다. 출산 전후로 취업을 유지한 경우는 약 13.5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산전후휴가를 사용한 여성 노동자 중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도 26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2006년).

인색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상당수임을 감안하면 이조차 활용할 수 없는 여성들이 훨씬 많다. 그래서 여성의 평생직장 개념이 거의 없고, 출산 후 재취업까지 평균 9.7년이나 걸린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 중에는 경력단절 여성 채용 시 정부 지원금을 제공하고, 육아기 단시간 근로시 육아휴직 비용의 일부를 제공하는 등 일부 개선된 내용도 있다.

그러나 이런 지원조차 불충분하고, ‘퍼플잡’처럼 해결책과는 거리가 먼 내용들도 많다. 정부가 경력단절 문제의 대안으로 제시한 ‘퍼플잡’은 출산과 육아 때문에 실직한 여성들을 단시간근로로 고용하는 제도다.

기업주들이 풀타임 장시간 고용만 고집하기 때문에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전체 여성 고용 중 주당 40시간 이상 장시간 여성 고용 비율이 가장 높은 한국에서 육아기 여성들의 노동시간을 줄여 주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단시간노동을 하더라도 기존 직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임금 수준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이 뒷받침돼야만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퍼플잡’ 발표 이전에 이미 이런 제도가 도입됐지만, 정부 지원도 거의 없고 기업을 제재할 방법도 마련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못한 것이 진정한 문제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출산으로 인한 해고 없이 육아 휴직을 사용하거나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기보다는, 이미 실직한 여성들에게 임금도 적고 경력도 제대로 인정되지 않으며 계약기간도 불안정해 ‘신종 비정규직’이 될 공산이 큰 ‘퍼플잡’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단시간 근로의 특성상, 그나마 보조적 업무에 한정될 공산이 크다. 결국 출산과 육아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직장에서 쫓겨난 여성들에게 일하고 싶으면 저질 일자리나 받고 감지덕지하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불안정한 유연노동이 늘어나는 것은, 여성들이 출산으로 인해 차별 받지 않고 안정적인 정규직 노동자로 일할 권리를 강화하고 OECD 최악의 남녀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출산으로 인한 해고를 실질적으로 줄이고 유급 육아휴직을 모든 노동자들이 어떠한 불이익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 필요한 일이다. 또한 양육의 책임을 여성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질 좋고 값싼 국공립보육시설을 대폭 늘리고, 직장 내 보육시설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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